시 산책[Poem]

고향---오탁번

물오리 2018. 4. 3. 10:37

 

제천군 백운면 평동리 장터
비바람에 그냥 젖는
버스 정류장 옆 조그만 가게
바깥 세상 겨우 내다보이는
가게의 금간 유리창에
흰 종이가 ☆☆☆☆ 모양으로
오종종 붙어 있다

천등산 그림자 일렁이는 앞개울에는
모래빛 모래무지 한 마리가
한사코 모래바닥에 숨는다
꼬리에 알 가득 밴 여울묵의 가재는
무지개빛 수염을 한껏 치켜들고
물 속에 비친
천등산 이마를 간지럽힌다

셈본 숙제 끝낸 배고픈 아이들이
흰 토끼풀꽃 손목시계를 본다
오디도 복숭아도 아직 익지 않았고
개개비만 까불까불 흰 똥을 싼다
여울여울 이랑이랑
아이들의 꿈이 욜랑욜랑 헤덤빈다
실비 오는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