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오월의 연가 ---김남조
                물오리
                 2018. 4. 27. 08:39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인 
사양(斜陽)의 창가에서 
얼굴을 싸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땅에 드리운 그 눅진 그림자까지 
초록빛 속속들이 잦아든 
5월 
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 바람들의 이웃처럼 
홀로인 마음 외로움일래 부르고 
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 
여기 뜨거운 가슴을 풀자 
외딴 곳 짙은 물빛으로 
성그러이 솟아 넘치건만도 
종내 보이지 않는 밤의 옹달샘같이 
감청(紺靑)의 물빛 
감추고 
이처럼 섧게 불타고 있음은 
내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