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봄
아 ~ 아 ~
돌을 막 지난 손녀가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온다.
이 봄을 맞아 걸음마를 막 떼고 처음으로 걷는 세상, 처음으로 느끼고 보는 세상의 모든 것들, 신비로워서일까? 연신 방글방글 웃으며 내 품에 안긴다.
우리 사랑이가 보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파란 하늘, 연초록 잎, 갖가지 예쁜 꽃들, 아마도 모든 것이 신기하고 신비할 것이다.
손녀딸 사랑이와 나는 칠십 년 이상 차이가 나는 띠동갑이다.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막내가 어느 날, 신랑감을 데리고 왔는데 체격도 듬직하고 인상이 낮설지 않았다. 서둘러 혼인을 하고 나니 주님은 우리 집에 사랑이를 선물로 주셨다. 얼마 만에 안아 보는 아기인지 감회가 새롭다.
삶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 젊은 날 우리 집을 휘돌아 치고 간 그 엄청나던 회오리바람이 또다시 나를 향해 거센 바람으로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세상과의 인연을 끝내도 좋았다. 그리고 새벽이 오는 것이 야속하고 또 야속했다. 그때 동생은 하나님 말씀이 담긴 성경책 한 권을 내 손에 쥐여주었다.
주님을 영접한 지 사년, 세상을 왜 만드셨는지, 당신 형상대로 왜 사람을 지으셨는지, 말씀 공부를 하며 나는 비로소 그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주님,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며 거두어 가시는 분도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았고‘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아침에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안개니라’하신 말씀도 이해가 되었다.
꽃 중의 꽃은 사람 꽃이라 했던가, 옹알이하는 것, 천사처럼 웃는 얼굴, 오물오물 밥을 받아먹는 모습, 모두가 사랑스럽다. 요 며칠 사이 말문이 틔어 나를 할미라 부른다. 그리고 이 할미 볼에 뽀뽀도 해주는 사랑이, 나날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삶의 모든 시름이 단박에 사라지는 것 같다.
화사하고 찬란한 이 봄, 앞뜰 화단에 라일락이 지고 나니 작약이 핀다.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에게 주신 주님, 말씀대로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새롭게 주신 은혜 속에서 우리 사랑이와 맞는 이 봄이 마냥 기쁘고 감사하다. 그리고 피천득 선생님의 ‘오월’ 시구를 생각하며 나는 입속으로 읊조려본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손녀딸 사랑이와 봄 속에 있다.’
2018년 5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