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오월의 시---이해인
물오리
2018. 5. 8. 12:56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성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담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게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