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대보름달 ---이향아
                물오리
                 2019. 2. 19. 15:45
              
                          
            
아파트 베란다에 보름달이 찾아왔다 
들판과 바람 속을 거슬러 오느라 
달이 창백하다 
달이 어색하다 
보름달은 피고처럼 떠 있다 
  
세상의 어디로도 갈 수 없어서 
만민의 소원이 밀물 같아서 
얼굴을 붉히고 귀를 막았는지 
눈치를 보면서 덩그렇게 떠 있다 
다 안다, 걱정하지 말거라 
동네 개들은 짖지 말거라 
오늘밤은 다만 대보름달을 
넋 놓고 오래오래 
바라만 보련다 
당신이신가 
달이신가 
대보름달이신가 
미안해서 미안해서 
올려다만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