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행복을 향해 가는 문--- 이해인
                물오리
                 2019. 3. 2. 10:12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