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아버지의 발자국---변혜연

물오리 2019. 3. 7. 07:56

 

어릴 적 산길 풀숲이었다.

망개 열매 한입 베물고

찔레꽃 흰 웃음 따라가다 보면 아버지를 만나곤 했다

늘 그곳에서 나를 안아 주었다

둥그렇게 앉아 품어 주었다

 

둑방 옆으로 아버지 발바닥 닮은 칡잎이

저벅저벅 걷는다

쟁기질 막 끝내고 오는 발걸음처럼

쇠죽 끊이는 냄새가 난다

칡잎 옆으로 걸어본다

어느새 굵어진 발목을 자꾸만 간질거린다

둑방이 끝나야 산길로 이어지는 길

따라 걷다보니

아버지의 닳고 헤진 바짓부리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