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삼월 ---조병화

물오리 2019. 3. 20. 18:06

 

  싹이 솟아오른다
  무서운 힘으로 솟아오른다
  겨울을 물리치고, 대기를 뚫고
  창공으로, 창공으로
  그 무한으로
  겁 없이, 두려움 없이
  거리낌 없이 솟아오른다

  그건 놀라움이다, 확인이다, 희열이다
  신비에 가득찬 우주, 생명이라는 거다
 
  아, 이 무구한 새로움
  무욕한 도전, 무궁한 설계

  싹이 오른다
  무서운 힘으로 솟아오른다
  어둡고 긴 겨울을 물리치고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창공으로, 빛으로
  그 무한으로
  겁 없이 두려움 없이, 거리낌 없이
  온 생명을 거느리고 솟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