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할미꽃 ---이해인
물오리
2019. 3. 28. 21:05
손자 손녀
너무 많이 사랑하다
허리가 많이 굽은 우리 할머니
할머니 무덤 가에
봄마다 한 송이
할미꽃 피어
온 종일 연도를
바치고 있네
하늘 한 번 보지 않고
자주빛 옷고름으로
눈물 닦으며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땅 깊이 묻으며
생전의 우리 할머니 처럼
오래 오래
혼자서 기도 하고 싶어
혼자서 피었다
혼자서 사라지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외로운
한숨 같은 할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