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유월의 언덕---노천명
                물오리
                 2019. 6. 2. 16:14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 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 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