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바다는 나에게 ---이해인

물오리 2019. 8. 2. 10:43

 

바다는 가끔

내가 좋아하는

삼촌처럼 곁에 있다

나의 이야길 잘 들어 주다가도

어느 순간 내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엄살은 무슨? 복에 겨운 투정이야"

하고 못 들은 척한다

어느 날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부탁하면

금방 구해줄 것처럼 다정하게

"그래 알았어" 하다가도

"너무 욕심이 많군!" 하고

​꼭 마디 해서

나를 무안하게 한다

바다는 나에게

삼촌처럼 정겹고 든든한

​푸른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