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오월의 민들래---도종환
물오리
2020. 5. 17. 13:36
내가 이름없는 땅에
이렇게 피어 있는 것은
이곳이 나의 땅인 까닭입니다
내가 이렇게 홀로 피어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것은
이 세상 모든 꽃들도 제 홀로는
다 그렇게 있는 까닭입니다
풀과 꽃들이 모두 그렇게 있을 곳에 있듯이
당신과 나도 그렇게 있는 것입니다
날이 저물고 나의 시절도 다하여
조용히 내 몸 시들고 있어도
서럽지 않은 것은
당신도 그렇게 피었다
말없이 당신의 길을 간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