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십자가 --윤동주

물오리 2020. 7. 22. 17:59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