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다시 9월이 ---나태주

물오리 2020. 9. 4. 18:00

 

​                                                    기다리라, 오래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니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가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았다

이제 제각기 가야 할 길로

가야 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