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Essay]

음식 솜씨

물오리 2020. 10. 6. 12:44

 

 

 

 

젊은 날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한번 자문해 본다. 언듯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요리를 배우고 싶다. 이유는 가족을 즐겁게 하고 나도 맛난 음식을 평생 먹고 살 테니까.

충청북도가 고향인 나는 산과 들에서 자라는 나물을 많이 먹고 자랐다 ㆍ 냉이 ㆍ 씀바귀ㆍ 지칭개 ㆍ돌미나리 ㆍ다래순 ㆍ취나물 ㆍ 어쩌다 모임이 있는 날, 고기 먹을래? 나물 먹을래 ? 물으면 나는 나물정식으로 간다.

내륙지방이라 생선도 귀해서 소금에 절인 고등어자반 꽁치 자반 구워 먹는 것만 먹었다. 뿐만 아니라 약간 상한 생선을 뼈까지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버릇 여전해서 구워 먹는 생선만 먹는다. 어쩌다 얼큰한 탕이 생각나 정성을 들여 매운탕을 끓여보지만, 역시 맛도 없고 주방에서 나는 비린내로 비위가 상한다.

그래도 다행히 김치는 어머니께 배웠다. 딸들이
ㆍ엄마 김치가 제일 맛나요 ㆍ
할 때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색다른 요리를 해주지 못하고 키워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된장찌개, 미역국, 두부조림, 나물무침, 주로 간단하고 단순하게 만들어 먹고살았다. 별난 것은 가끔 외식을 했다.

음식 솜씨가 있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자기가 만든 요리를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 얼마나 흐뭇할까, 자녀들은 그 음식과 함께 엄마를 추억할 것이다. 우리 집 딸들은 무엇을 기억해 줄지 궁금해진다.

지난해 여름,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고 나서 면역력
저하로 고생을 했다 ㆍ간간이 치료받으며 건강식으로 식사를 했다. 뉴스타트 건강강의, 벧엘 수양원 건강강의를 들으며 배운 것이 많다.
병은 첫째 심한 스트레스로 오고 두 번째 잘못된 음식 습관에서 온다고 한다.

강의를 들으며 놀란 것은, 하늘 아버지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야채와 과일, 그리고 모든 열매에 우리 몸을 치유하는 치료제가 충분히 들어있게 만드셨다고 했다. 계절 따라 나오는 과일과 신선한 재료를 담백하게 조리해 먹으란다. 가격이 비싼 보조식품은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학술적인 근거로 영양과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나를 지으신 하나님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
그간 견과류와 산에서 밭에서 나는 채소를 가지고 맛있게 만드는 것을 보았고 또 먹었다. 그 맛은 고소하고 신선해서 좋았다.

 

 

 

 

 집에서 지내는 요즘 야채수부터 만든다. 무, 양파 , 다시마 , 표고버섯, 함께 넣어 끓이다가 물이 삼분의 일쯤 줄어들면, 그 야채수로 찌개든 국이든 볶음이든 음식을 조리한다. 다음은 견과류를 갈거나 그냥 섞어 먹는다. 설탕과 기름은 자제한다.
밥은 현미에 콩을 넣어 지은 밥인데 야채수로 지어서 맛나다. 찬을 만들어 보니 그곳에서 먹던 반찬보다는 뭔가 조금 부족하다.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한 덕에 옛날보다는 맛이 좋아졌음을 스스로 느낀다.
가끔 감자, 가지, 당근, 대파 , 단호박, 고구마, 이것 저것을 굽거나 쪄서 땅콩소스나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다.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주님 지으신 청정한 자연에서 맑은 공기와 깨끗한 음식, 그날그날 주시는 말씀으로 나는 건강을 되찾았다. 음식 솜씨가 없는 것이 유감이지만 , 이 아름다운 가을을 누리게 해 주시어 얼마나 감사한지 , 그저 그저 감사다.

ㆍ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 ㆍ
창세기 1장 ~29절

요즘 주시는 말씀을 한 번 더 읊조려본다.

 

 

 

 

                                 김에 싸서 먹는 야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