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밤이 떨어졌어요 --- 청암 방효필

물오리 2017. 2. 16. 11:12





며칠 못 본 사이

나무에 걸렸던 토실한 밤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요.


누가 도와줬을까요?

천사가 다녀갔을까

구름이라도 타고 내려 왔을까

아니면

이슬타고 왔을까


둥글고 예쁜

찌그러지고 못난 것

사이좋게 뒹글고 있어요


우리가 사는 것도

이슬이지

영롱한 빛을 간직한 채

언제든 떠나야 하니까

이렇게 얘기하며 아침에

할머니가 굽은 등을 펴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