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그리고 그림
국화 옆에서 ---김종구목사님
물오리
2024. 10. 9. 19:36
교회 어르신 행사에 참여하느라 남한 산성에 가야 했습니다. 문화 축제 탓인지 산길이 온통 주차장이고 2킬로 가는데 40분이 걸린다고 내비게이션은 속 터지는 정보를 알려줍니다. 차 안에 있을 때는 조급해졌는데 산길을 밟으니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길가에 소담스레 핀 산국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 로 시작되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 가 입속을 맴돕니다. 시인은 길고 긴 여정을 돌고 돌아온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꼍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
'인제는 돌아와'라는 부분이 참 좋습니다. 괴롭고 외롭고 아팠던 삶에 순간을 다 거치고 이제는 새로운 삶을 출발하는 은은 한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탕자의 비유에서도 방탕했던 아들은 인생의 막장에서 제정신이 돌아오고 아버지와 아버지의 집을 떠올리며 새로운 인생으로 돌아옵니다. ' 이제는 하나님 앞에 돌아와 ' 새 출발 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국화 옆에서 얻은 깨달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