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한승원
‘글쓰기는 자기가 살아 있음을 증명 받는 일이다.
나는 내 삶을 나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 글을 쓴다. 일상을 평이하게 살되 그 속에서 삶을 꽃피우려고 애써야 한다. 그것이 나의 글쓰기다.’
- 저자의 말이다 -
한 선비가 봄이 왔다고 온 산을 돌아다니면서 봄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 왔단다. 그랬다가 자기 집 앞 돌담에서 움터나는 싹 하나를 보고 아, 그렇구나, 하고 탄성을 질렀다면 그는 우주의 원리를 그 싹에서 발견한 것이고 그 원리란 생명력의 예찬, 그 발견을 진술하는 것, 그것이 글 아닐까. 모든 예술은 생명력을 예찬하는 것이란다.
산에서는 비들기가 울고, 박새들이 짝을 찾는다. 연못가에서는 개구리들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봄은 모든 것을 꿈틀거리게 한단다. 그 모습을 준동(蠢動) 한다고 표현하는데 봄에는 모든 사람들이 시인이 된단다. 시를 쓰지 않는 사람들은 몸으로 시를 쓰는데 꽃에 코를 대고 킁킁 향기를 맡는 행위 자체가 시를 쓰는 것이란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주의 말을 인간의 말로 번역하기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 치기 어린 시와 풋사랑에 질퍽하게 젖어 살던 내 스무살 시절
한밤중에 부르는 소리 있어
골목길 걸어 앞산 잔등 넘어가면
그놈이 밤안개 너울쓰고 달이랑 별이랑 바람이랑
백사장이랑 갯바위랑 짓궂게 희롱하며 너울 거렸습니다.
머리칼 희어지고
그 시절의 시와 사랑 안개 속으로 사위어간 이즈음도
무시로 불러내는 소리따라 발밤발밤 여닫이 바다 모래밭까지 걸어 나가
이 자식아 왜 자꾸 불러내? 하면 그놈은 싱긋 웃으며 어깨춤 엉덩이춤만 움씰 거립니다.‘
( 나의 백년지기 바다 ) 전문
글은 자기 깨달음의 기록이다, 생명력을 예찬하는 일, 자기의 끼를 드러내어 예찬하라, 참회에서 성숙으로 가는 징검다리, 절대 고독을 맛보아라 , 삶이 곧 글이다, 글쓰기에 미쳐라, 우주의 율동을 깊이 읽어내라, 착하고 정직하고 솔직하게 써라, 향기롭게 써라 , 사랑하는 마음으로 써라, 세상의 어둠을 읽어내는 눈, 기억의 창고에서 발효시켜라, 새로운 시각으로 새 진리를 발견하라, 여행지에서 나의 참모습을 발견하라, 겨자씨 속에서도 우주를 찾아내라 , 물 흐르듯이 꽃이 피듯이 써라, 글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하라, 사소한 것에서 진리를 찾아라, 글은 6부로 나누어 있다. 작가의 글쓰기의 비법108가지와 예문이 함께 실려 있다.
한승원 선생님은 1939년 전라남도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대한일보에 <목선>이 당선되어 40여 년간 소설가와 시인으로 활동해왔다.
‘내 소설의 9할은 고향바닷가 마을 이야기’ 라는 고백처럼 작품 속에는 남해 바닷가 비릿한 풍경과 정겨운 토착어가 살아 숨쉰다. - 표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