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나비에게 ---이해인 수녀님

물오리 2025. 5. 19. 11:30

 

나비야 올봄에 

제일 처음 보는 노랑나비야

정말 반갑다

 

잔디밭에 잠시 앉은 너와 

아주 잠시만 놀자는데 

그리 빨리 달아나면  나는 어떡하니?

할 이야기가 많으니 너무 바삐 떠나지 말고 

나와 함께 있어주렴

 

오랜 세월 잘 지내서 꽃잎이 된 내 일생을 

아주 조금만 이라도 

꼭 이야기해 주고 싶으니 

내일 다시 오길 기다릴게

 

나비가 꽃잎인지 꽃잎이 나비인지 

분간이 안돼

한참을 잔디밭에 서 있던 아름다운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