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물오리 2025. 8. 21. 11:57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 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 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