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내 정신은 여행 길 위에서 망고처럼 익어 갔다. 여행은 내게 진정한 행복의 척도를 가르쳐 주었다.
매 순간 춤추라. 그것이 여행이 내게 가르쳐준 생의 방식이었다. 바람을 춤추라, 온 존재로 매 순간을 느끼며 생을 춤추라. 자신이 내 딛는 발걸음마다 춤을 추며 신에게로 가라.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다. 세상이 곧 책이었다. 기차 안이 소설책이고 버스지붕과 들판과 외딴 마을은 시집이었다. 여행의 길 마다에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니, 그것은 하찮은 자기 연민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나는 인도에 갔다, 머릿속이 불났기에- 류시화
표 없이 기차를 탄 수행자와 검표원의 실랑이 속에서, 사두의 목소리에 담긴 평화로움과 진실성에 검표원은 내면의 깨달음을 얻는다. 그 검표원은 영적인 스승에게 무릎을 굽혀 인사하는 이야기, 친구의 여동생 결혼식에서 시 낭송을 해준 이야기, ‘올드 시타람’ 오래된 여인숙에서 만난 쥐는 가방 속에 있는 물건을 모두 망가뜨려 놓았다 . 주인 에게 따지자 “ 한 가지가 불만족스러우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운 법이요. 당신이 어느 것 한 가지에 만족한다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것이요.”앞니가 두 개가 빠진 노인이지만 입심 하나만은 당해 낼 재간이 없었었다는 이야기,
영적스승 구르지를 만났는데 그가 하는 말은 “ 삶에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영혼끼리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야.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로 하고 태어나는 것이지, 모든 사람들은 잠시 또는 오래 그대의 삶에 나타나 그대에게 배움을 주고 그대를 목적지로 안내하는 안내자들이지.”그루지의 축복을 받은 뒤 다시 길을 떠난 이야기, 돈을 내면서 듣는 노인의 이야기 속에서 재미없다고 소리 지르며 자기 삶속에서 소리 지르고 산 것을 알게 된 이야기, 인도여행을 하면서 그들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해마다 인도와 네팔, 티벳 등지를 여행하는 류시화는 독특하고 특별한 시인이다. < 지구별 여행자>는 그가 15년에 걸쳐 인도 대륙을 여행하면서 얻은 삶의 교훈과 깨달음의 기록이다 그의 글속에는 깊은 사색과 문학성, 마음을 사로 잡는 감동과 울림, 그리고 진정한 여행자로서의 자유로운 정신이 담겨있다. 표지 뒷글이다.
<이 없이 태어나서 이가 다 빠지면 죽는다. 그 사이에 진리를 깨달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빨만 마주치다 간다.> 인도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