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물오리 2017. 5. 1. 08:19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잡길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누은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나면 그뿐, 내 한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히 슬픔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