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밤의 이야기 ---조병화

물오리 2017. 6. 17. 09:47


 



 고독하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