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십자가 ---윤동주
                물오리
                 2017. 6. 23. 10:29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