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담쟁이 ---도종환
                물오리
                 2017. 9. 22. 10:19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