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풍문 --- 김명리

물오리 2017. 9. 29. 08:52

 

당신이 그곳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 들었어요

풍문 속에는 치자꽃 향기

점점이 연분홍으로 떠 있고

듣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이 취한 듯 달아오르며

저는 벌써 당신이 도착할 그곳의

적막한 밤불처럼 드리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에요

당신이 닿으려고 하는 그 자리

당신이 이미 가버리고 없을지도 모르는

그곳을 향하여 뻗어가는

제 마음의 날개 돋친 말발굽 소리 들리지요

난절亂絶의 빗소리 앞장세우면

당신보다 한 사나흘 앞질러

제가 먼저 그곳에 당도해 있을 지도 모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