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물오리 2017. 10. 17. 14:19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일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