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11월이 가는 갈밭 길에서 --- 김동규

물오리 2017. 11. 10. 19:22

 




처음에는 문득, 바람인 줄 알았다
娼婦의 賣笑같은 까칠한 소리로
살과 살을 비벼대다 드러눕던 몸짓,

바람 가는 길목을 지키고 섰다가
혼절하는 몸소리로 제 허리를 꺾어
속 대를 쥐어 틀어 물기를 말리고

타오르는 들불의 꿈을 꾸며 잠이 든
늙은 갈대의 가쁜 숨소리

11월이 가는 갈밭 길에는,
빠른 걸음으로 노을이 오고

석양마다 숨이 멎던,

하루를 또 보듬으며

목 젖까지 속울음

차오르던 소리를
처음에는 문득,

바람인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