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11월의 노래 --- 김 용택

물오리 2017. 11. 10. 19:25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스칩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남지 않고 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