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서울 오는 길 ---이재무

물오리 2017. 11. 14. 09:20

 



막차가 떠났다 뽀얀 먼지가 일고
나이든 누이와 막내
품앗이 마치고 집으로 가던
아낙들 서넛
저녁바람에 고즈넉이 흔들리는
미루나무와 나란히 서서
오래도록 손 흔들어 주었다
멀리, 사립에 쪼그리고 앉아
어머니 누워 계신 먼 산 보며
아버지 청자담배 피워 무셨고
남녘서 돌아온 새 한 마리
가난에 매맞아 죽은
둘째 동생 재식이와의 추억이  
솔잎으로 돋아나는
서편 숲으로 가뭇없이 사라졌다
아리랑 부르며 울며 넘던 고갯길을
숨가쁘게 차가 달렸고
인가의 불빛은 꽃잎처럼 피어나는데
철들어 품은 기다림 그리움은
멀고 아득하기만 해서
마음의 심지에 타오르는 희망의 등잔불
바람 앞에 언제나 서럽고 위태로웠다
마을 사람들 마음의 손이
꽁꽁 동여맨 간절한 기구의 보따리
허리에 차고
평생을 가도 가  닿지 못할
그러나 기어이 가야만 하는
멀고 험한 길가며
바닥을 잊은 가슴샘에서
솟는 눈물은 또 얼마나 더 퍼 올려야 하는 것인가
멀미가 일어
달게 먹은 점심의 국수가락 토해내면서
서울 오는 길
고향은 끝내 깍지낀 내 몸
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