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화이트 크리스마스---나태주
                물오리
                 2017. 12. 13. 09:07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