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신년시 ---안도현
                물오리
                 2018. 1. 6. 22:49
              
                          
            
 
닭이 울어 해는 뜬다 
당신의 어깨 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 
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울었기 때문에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