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Poem]

어떤나무의 말---나희덕

물오리 2018. 2. 1. 20:07

 
제게 잎을 주지 마십시오.
연록빛 날개로 잠시 날아오를 뿐
곧 스러질 잎사귀일랑 주지 마십시요.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갤 수 없도록.
여기에 입김을 불어 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다시는 제게 말 걸지 마십시오.
나부끼는 황홀 대신
스스로의 棺이 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제 뿌리를 받아주십시오.
부디 저를 꽃 피우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