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속에서
어린 나를 안고
몇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꿂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잡이 들곤 했었네
찬 바람아 잘 들어라
해야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픔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시 산책[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의 기도 ---김연수 (0) | 2024.03.01 |
---|---|
겨울 기도---마종기 (0) | 2024.02.20 |
꽃씨--- 최계락 (0) | 2024.02.04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0) | 2024.01.30 |
아비 --- 오봉옥 (0) | 2024.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