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강산(寂寞江山)에 비 내린다
늙은 바람기
먼 산 변두리를 슬며시 돌아서
저문 창가에 머물 때
저버린 일상(日常)
으슥한 평면에
가늘고 차가운 것이 비처럼 내린다
나직한 구름자리
타지 않는 일모(日暮)
텅 빈 내 꿈의 뒤란에
시든 잡초 적시며 비는 내린다
지금은 누구나
가진 것 하나하나 내놓아야 할 때
풍경은 정좌(正座)하고
산은 멀리 물러앉아 우는데
나를 에워싼 적막강산
그저 이렇게 저문다
살고 싶어라
사람 그리운 정에 못 이겨
차라리 사람 없는 곳에 살아서
청명(淸明)과 불안(不安)
기대(期待)와 허무(虛無)
천지에 자욱한 가랑비 내린다
아, 이 적막강산에 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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