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문득, 바람인 줄 알았다
娼婦의 賣笑같은 까칠한 소리로
살과 살을 비벼대다 드러눕던 몸짓,

바람 가는 길목을 지키고 섰다가
혼절하는 몸소리로 제 허리를 꺾어
속 대를 쥐어 틀어 물기를 말리고

타오르는 들불의 꿈을 꾸며 잠이 든
늙은 갈대의 가쁜 숨소리

11월이 가는 갈밭 길에는,
빠른 걸음으로 노을이 오고

석양마다 숨이 멎던,

하루를 또 보듬으며

목 젖까지 속울음

차오르던 소리를
처음에는 문득,

바람인 줄 알았다...

'시 산책[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에 당신에게---정호승  (0) 2017.11.13
11월의 노래 --- 김 용택  (0) 2017.11.10
후회--- 루이스 보르헤스  (0) 2017.11.09
햇살에게---정호승  (0) 2017.11.09
11월의 편지---목필균  (0) 2017.11.08
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