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등걸 매화가
흰 고깔을 쓰고
학(鶴)춤을 추고 있다.
밋밋한 소나무도
양팔에 푸른 파라솔을 들고
월츠를 춘다.
수양버들 가지는 자잔가락
앙상한 아카시아도
빈 어깨를 절쑥대고
대숲은 팔굽과 다리를 서로 스치며
스탭을 밟는다.
길 언저리 소복한 양지마다
잡초 어린것들도 벌써 나와
하늘거리고
땅 밑 창구멍으로 내다만 보던
씨랑 뿌리랑 벌레랑 개구리도
봄의 단장을 하느라고
무대(舞臺) 뒤 분장실(扮裝室) 같다.
바람 속의 봄도
이제는 맨살로 살랑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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