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눈부시다.
꽃 재배 단지를 찾아 몇 가지 화초를 안고 왔다. 수선화, 한련화, 제라늄, 그리고 풍란, 그런데 수선화가 며칠 사이 꽃술을 열었다. 뾰족이 입술을 내밀더니 노란 꽃송이가 활짝 피었다. 앞에 놓고 자세히 살펴보니 어찌 이리도 고운지 새삼 놀랐다.
햇살도 예쁘고 올해부터는 나도 화초를 키워보고 싶었다. 젊은 시절은 일하느라 꽃과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두서너 가지는 베란다에서 길러 보았는데, 사랑이 부족했는지 한번 꽃을 피우고 나면 시들시들 말라 죽고는 했다. 늘 미안했다. 그래서 올해는 키우는 법을 좀 배워보기로 했다.
우선 몇 가지 상식을 메모해서 왔다. 첫째는 물주기인데 물을 자주 주어도 뿌리가 썩는다고 했다. 물을 준 날을 달력에다 메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겉흙이 마르면 주라는데 흠씬 주란다. 찔끔찔끔 주는 것은 독이라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하고 수시로 물을 주었던 것이 원인 이었구나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물을 좋아하는 화초가 있고 물을 싫어하는 종류도 있단다. 사계절 관리가 다르고 화초의 성질에 따라 또 다르다고 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만만치가 않다. 하긴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꽃밭 가꾸기’라는 책을 빌려왔다. 꽃을 키우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도 건강해진다고 이해를 돕고 있고 베란다에서는 일년초도 다년초로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산소를 뿜어내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꽃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감성이 자란다고 했는데 전문가 아니어도 수긍이 되었다. 베란다에서 키울 때는 동서남북 우리 집 베란다 방향을 알아야 하고 일조량과 기온체크를 해야 한단다. 한여름 땡볕은 채광을 해주어야 하고 통풍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신선한 공기가 들고나야 식물의 과한 습도와 병충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을 해 놓았다. 분갈이, 거름주기, 가지치기, 겨울 채비, 관심과 사랑으로 꼼꼼하게 돌보라 했다. 알아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종류에 따라 화초들의 성질을 잘 설명해 놓았는데, 풍성한 꽃을 보고 싶다면 쌀뜨물에 흑설탕과 소금을 약간 섞어 일주일 발효시킨 후, 물 500배로 희석해서 그 물을 주면 고운 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뜨물에는 무기질과 미네랄이 풍부하단다. 그리고 달걀껍데기는 토양개선과 칼슘을 보충해 주는데, 만드는 방법이 간단했다. 껍질 속 하얀 막을 제거하고 햇빛에 충분히 말린 다음, 잘게 부숴 화분 흙에 섞어주면 산성화된 흙이 중화된다고 한다. 이 두 가지 천연비료는 과정이 간단해서 초보인 나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애들아, 잘 잤니?”
아침이면 꽃에 인사를 한다는 친구가 있었다. 그 집은 사계절 언제나 예쁜 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꽃을 보면 행복하다고 고운 웃음을 지었다. 지지 난해 아들 따라 지방으로 이사를 하였지만 지금도 꽃과 살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사월의 아침 공기가 청량하다. 오늘은 주홍색 한련화가 화려하게 인사를 한다.
때를 따라 단비 주시고 거름 주지 않아도 피어나는 들녘의 백합화, 돌보시는 주님 은혜를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서툴지만 이제라도 정성을 다해 키워보고 싶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나도 들어보고 싶다.
한국수필- 2018년 6월호 발표
'수필[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잎 위에 청개구리 --- - 품바, 품순이 - (5) | 2018.06.07 |
---|---|
봄 봄 봄 (4) | 2018.05.04 |
홍콩여행 - 우리나라 좋은 나라 - (0) | 2018.03.05 |
꽃길 따라 페달을 밟는다. (5) | 2017.04.27 |
카페 플로라 (0) | 2017.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