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두 번 여의도 성모병원을 간다. 그것은 정기 검진이 있어서다. 5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침샘이 탈이 나서 입안이 바짝 마르고 혀도 말랐다. 입안 볼 쪽으로 좁쌀톨만 한 작은 것이 솟아 있었다. 그리하여 세브란스 구강과 를 찾았는데 선생님은 그 작은 돌기를 조금 떼어 조직 검사를 한다고 했고 결과는 바로 림프종이라고 했다. 놀라긴 했으나 의외로 내 마음은 담담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 병원 로비에 큰 글씨로 쓰여있는 말씀 아래서 '하늘 아버지 제가 암이래유 ' 아뢰고 나서 망연히 앉아있었다. 주저앉아 있는 나를 일으켜 큰아이는 치료를 시작하게 했다. 병원도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옮겼고 림프종 공부를 하며 어미의 매니저 노릇을 했다. 일곱 번의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병실에서 함께한 환우들은 너무 많았다. 나이에 관계없이 병은 찾아오는 듯했다. 우리 몸은 림프로 연결되어 있다는 선생님 말씀, 각 사람마다 탈이 나는 부위가 있는데 나는 눈을 둘러싸고 있는 얼굴 쪽이라고 했다. 대상포진이 턱아래로 왔고 양쪽 눈두덩이가 심하게 부어올랐다. 시야도 흐려지고 치료를 받으며 몸무게가 10킬로 이상 빠졌을 때, 다리가 휘청거려서 다시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가 많으니 주님께서 불러주시면 미련 없이 갈 것도 같았다. 다만 가족 구원을 못하고 가는 것이 가슴에 남아 있었다. 병치레 한지도 어느덧 5년, 감사하게도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몸무게도 원상복구가 되었고 나름 잘 걷는다.
MRI 촬영을 하고 , 시력검사와 안압검사, 그리고 눈물 검사를 마치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벽에 걸려 있는 그림속에서 눈 먼자를 치료해 주시는 주님과 말씀이 눈에 들어왔다. 그간 이곳을 여러 번 다녀 갔는데, 이제야 말씀을 보게 되다니. ' 뱃새다에 이르매 사람들이 맹인 한 사람을 데리고 예수께 나아와 손대시기를 구하거늘 예수께서 맹인의 손을 붙잡으시고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사 눈에 침을 뱉으시며 그에게 안수하시고 '무엇이 보이느냐' 물으시니 , 쳐다보며 이르되 사람들이 보이나이다. 나무 같은 것들이 걸어가는 것을 보나이다. 하거늘 이에 그 눈에 다시 안수하시매 그가 주목하여 보더니 나아서 모든 것을 밝히 보는지라 ' <마가복음 8장 22절> '눈 상태가 좋아요. 눈도 조금 밝아지셨네요.' 안과 선생님 말씀이다. 순간, 나는 비로소 주님께서 나이 많은 내 눈도 어루만져 치료해 주셨구나 , 하는 생각이 들어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 주님,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세상 더 보게 하시고 가족구원을 위해 기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니 그 은혜가 가슴 가득 차올라 형언키 어려웠다. 조용히 두 손을 모아 감사기도를 드렸다.
" 그 크신 하나님의 은혜 말로 다 형용 못하네 " 찬송이 입에서 저절로 나왔다. 지금도 여전히 치료해 주시는 주님,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을 들어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을 뒤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