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Essay]'에 해당되는 글 95건

  1. 2025.01.09 웃고 사세 --웃는 얼굴 예쁜 얼굴- by 물오리
  2. 2024.11.28 혼이라도 네 곁에 by 물오리
  3. 2024.08.06 새벽 찬가 --- 한국 수필 2024년 10월호 by 물오리
  4. 2024.03.13 나트랑 여행기 by 물오리
  5. 2023.09.15 주님은 새벽 별 by 물오리
  6. 2023.07.09 시골 살이 by 물오리 2
  7. 2023.06.15 나를 잡아 주신 하나님 아버지 말씀 by 물오리
  8. 2023.05.23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by 물오리
  9. 2023.04.19 손자의 반전(反轉) -- 손 주 사랑 - by 물오리
  10. 2023.04.02 나의 주, 예수 그리스도 by 물오리

 

     무심천 방서교각에는 활짝 웃는 여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것도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목젖이 다 보이게 웃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얼굴이 웃으면 마음도 따라 웃습니다. 또한 얼굴을 찌푸리면 마음도 따라 어두워집니다.”
     언젠가 웃음강의 시간에 들었던 말인데 맞는 말이지요. 인간의 뇌는 웃기만 해도 좋은 엔도르핀이 나온다고 합니다. 내 기억 속에 제일 예쁜 얼굴은 아기 웃는 얼굴입니다. 방긋방긋 웃는 얼굴은 말 그대로 천사지요. 손 주들이 태어났을 때, 아가들과 보낸 시간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웃는 얼굴이 좋지요. 잘 웃는 사람은 더 좋습니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 웃는 얼굴이 생각나면 좋은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생전 웃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을 보게 되면 무슨 어려운 일이 있나, 주제넘은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가 하면 선하고 밝은 얼굴을 마주하면 내 마음도 밝아집니다.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대체로 밝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곤 했지만, 내 표정도 때때로 어떠했는지 그 또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나를 보고 자라는 아이들 때문이라도 밝게 살자 다짐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결혼을 늦게 한 막내딸이 손녀를 안겨주었습니다. 나하고 무려 70여 년 차이 나는 띠 동갑인데 어찌나 예쁜지, 표현이 어렵습니다. 지난주에 딸이랑 손녀 사랑이가 다녀갔습니다. 여섯 살이 되어 어린이 집을 다닌다는데. 요즘 배운 노래라고 들려주었습니다.

“하하하 호호호 웃어봅시다. 싱글벙글 웃는 얼굴 정말 예뻐요. 엉엉엉 우는 얼굴, 찡그리고 화난 얼굴 정말 미워요.”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라는데, 가사가 귀엽고 불변의 진리네요. 우리 사랑 이가 웃으며 들려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행복합니다.
   내가 다니는 수채화반 아우님은 성격도 밝고 잘 웃습니다. 어느 때는 발까지 구르며 웃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 유쾌해집니다. 잔잔한 미소도 좋지만 온몸으로 웃는 사람을 나는 더 좋아합니다.
    소문만복래,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요.
    평생 웃고 만 살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삶이 그렇게 녹록지가 않습니다. 기쁜 일도 간간이 있었지만, 죽을 만큼 힘든 일도 있었고 삶을 놓고 싶을 때도 있었지요. 구비 구비 넘어온 길들이 아득합니다.
   
     젊은 시절, 예기치 못한 일 때문에, 책임감 때문에, 웃지 못하고 살았던 그 시간들을 이제는 다 흘려버리고 교각에서 웃는 여인처럼 활짝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은 허물없이 지내는 고향동무를 만났습니다. 수년 전에 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보내고 남기고 간 손자를 잘 키워 냈습니다. 나 역시 일찍 평생친구를 먼저 보내고 딸아이를 키우며 보낸 세월이 수년입니다. 힘들 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살았습니다. 오랜만에 맛난 점심을 먹으며
“친구야, 새해를 맞으며 이제 웃고 사세, 하늘나라 가면 모두 만난다고 하네.”
“그래, 그러자 , 주님께서 지으신 아름다운 세상에서 기쁘게 웃으며 살다 가자”
     친구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웃었습니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엘라 휠러 윌콕스의 시구 한 구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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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내 나이 팔십 즈음에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이제 하려 한다.

   젊은 아내와 어린 딸들을 남겨두고 떠난 그도 정녕 가고 싶은 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보고 싶을 때마다 힘들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부짖는 나를 분명 그는 보았을 것이다. 어쩌다 꿈에서라도 만나게 되면 그리도 반가웠는데, 너무도 짧은 만남은 아쉬움으로 끝나 가슴이 먹먹해 왔다.

  1965년 여름, 그가 내게 사랑의 고백을 했던 날은 달맞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밤이었다. 내 나이 20세 그는 21, 그와 나는 초등동창이었다. 반듯한 외모에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었다. 당시 아버님은 검인정 교과서를 취급하는 문구점을 운영하셨고 우리 집보다는 부유한 환경이었다.

  그해 가을, 그는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에 입대를 했고 간간히 편지를 보내왔다. 보고 싶다는 말과 모든 것이 자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 첫 번째 휴가를 나왔을 때, 내 마음은 더없이 기뻤다. 데이트가 있던 날, 수정교 다리에서 아버지와 딱 마주쳤다. 순간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안녕하십니까.”

휴가 왔나

   군복을 입은 그가 씩씩하게 거수경례를 하니 엄하셨던 아버지는 얼떨결에 대답을 하신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아버지께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

   삼 년의 군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결혼을 약속했다. 그가 취직이 된 곳은 시고모님의 아들이 운영하는 보루네오 가구 원목이 들어오는 부산 현장이었다. 근무처로 간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사고가 나서 크게 다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부산대학병원에 도착했을 때, 나는 기절하듯 주저앉고 말았다. 건강했던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무릎아래 두 발이 절단되어 있었다.

  “혼이라도 네 곁에 있고 싶어

   나를 보자마자 건넨 첫마디였다. 무슨 운명의 작란일까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큰 형님은 가톨릭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으로 계셨는데 바로 이곳 부산병원으로 옮기셨다. 그날로부터 2번의 큰 수술을 받았고 형님의 보살핌으로 치료가 시작되었다. 그는 심한 고통에서도 신음소리 한번 없이 이겨내고 있었다. 그리곤 부모님이 주신 몸을 잃어 죄송하다는 편지를 썼다치료받을 때마다 입술을 깨물며 참아내는 그를 보며 내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찢어지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을 살려주세요. 살려주시면 함께 하겠습니다.’ 부처님께도 하나님께도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일 년 여의 병원 치료를 마치고 세브란스 재활 과에서 의족을 했다. 결국 극구 반대를 하셨던 내 어머니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나는 결혼을 했다. 사랑의 힘은 그 모든 것을 이겨낸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체험했다.

   시동생과 함께 간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니 아버님은 내 손을 잡고 눈물을 보이셨다. ‘고맙다. 시집을 와 주어서, 점포 절반을 네게 줄 테니 너는 평생 집 걱정하지 말고 살아라.’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다.

   결혼을 하고 보니 집안 분위기가 우리 집과는 사뭇 달랐다. 아버님은 과묵한 성품이셨고 어머님은 어질고 심성이 고우신 분이셨다. 팔 남매를 낳으셨는데 매 한번 댄 적이 없다고 하신 말씀처럼, 오직 사랑으로 키우셨음을 이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집안은 웃음소리와 함께 편안했다.

   결혼 한지 일 년 만에 그는 전자기술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아버님의 배려로 작은 전파사 문을 열었다. 그리고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는 너무 기뻐했다. 그 후 칼라 TV가 처음 보급되면서 금성대리점으로 점포가 확장되었다.. 휠체어에 앉아 모든 일들을 성실하게 처리했고 삼 년 만에 창고 지을 땅도 구입을 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 아침 화장을 하고 차 한 잔을 들고나가니

우리 마누라 참 이쁘다.” 느닷없이 그가 말했다.

이제 알았어요?” 우리는 그렇게 평안하고 행복했다.

 

   자동차를 공업사와 함께 만들어 손수 운전을 했고 기사들과 안테나 다는 일을 지시하며 부지런히 일했다. 그 덕에 딸들과 나는 부족함이 없이 살았다.

   그러던 12월의 어느 날, 무엇이 탈이 났는지 두드러기가 심했다. 잠자리 들기 전에 약한 봉지를 더 먹었는데 그 밤, 그는 한마디 인사도 없이 가족을 두고 홀연히 떠났다. 약물에 의한 쇼크사라고 했다. 결혼 십 년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가장이 되었다.

   내가 왜 이 사람을 그렇게도 좋아했는지 가끔 생각을 해 본다. 그는 내가 좋아할 점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우선 과묵하고 성실함이 좋았다. 어머님의 성품을 닮아 어질고 착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자상한 남편이었다.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가정을 지켜준 가장이었다.

    내가 결코 그를 따라갈 수 없었던 점은 그동안의 삶에서 두렵거나 짜증스러운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을 뿐, 그의 넓은 가슴에 내가 활개 치며 살았던 것이다. 명절이 되면 언제나 나를 챙겨주는 큰 시누이가 올해도 어김없이 일금을 보내왔다. 고맙다는 인사를 톡으로 보냈더니

언니 덕분에 셋째 오빠가 행복하게 살다 가셨어요.” 한다.

     나는 그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생선가시 발라 밥을 먹이던 모습, 친구들과도 형제들과도 손님들을 접할 때도 그는 잘 웃었다. 인성이 바르고 속이 깊었던 사람, 호쾌하게 웃던 그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혼이라도 내 곁에 있고 싶다고 한 그에게 나도 한마디 들려주고 싶다. 우리는 늘 함께 있었다고,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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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새벽은 늘 경이롭다.
    어둠이 걷히는 조용한 시간, 밤에서 깨어나는 하루를 본다.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이 시간은 이런저런 일들을 묵상하는 시간이다. 어제는 잘 살았는지, 누구를 서운 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내 마음은 편안한지, 그리고 나를 지으신 그분과 대화를 한다. 세상 이야기, 날씨 이야기, 자녀 이야기, 다 아뢰고 나면 평안함이 나를 감싸 안는다.
    드디어 산등성이에 붉은빛을 업고 해님이 얼굴을 내민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끝 간곳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가 얼마나 웅장한지 새삼 알게 되고 그 속에 내가 있음도 감사하다. 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내 키를 훌쩍 넘는 억새들, 멋진 그림을 그리는 구름, 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냇가를 걷는다. 발길에 차이는 이슬도 좋고 청초하게 피어있는 자잘한 꽃들도 인사를 한다. 아주 가끔 개울물을 따라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만날 수 있는데 신선이 노니시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그리 나쁘지 만은 않다. 왜냐하면 하루하루가 선물임을 알게 되어서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한가로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지내는 지금이 편안하고 감사하다.
   젊은 날, 분주하게 살았던 나의 시간 속에는 언제나 새벽이 있었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새벽별을 보며 하루 일을 시작했고,, 그 시간에 운전대를 잡았다. 부지런히 일 했던 시간들이다. 어느 해이던가 작은 키에 몸무게가 너무 많이 늘어 자리에 누우면 숨이 찼다. 그래서 가입하게 된 새벽배드민턴동호회, 구장은 시흥계곡 숲 속에 있었는데, 봄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사계절 숲이 내어주는 향기에 묻혀 살았다.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게임을 마치고 나면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다. 골짜기를 따라 돌돌 흐르는 물을 손으로 받아 마셨다. 그 시간은 나에게 건강을 주었고 즐거움도 주었다. 둔해서 달리기도 못했던 내가 친선게임에서 은메달을 땄던 기억이 난다. 많은 회원들과 웃고 수다 떨고 함께 여행도 했다. 이십 여 년을 숲 속에서 지냈던 그 시절이 오롯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새벽이면 툭 툭 밤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열면 수많은 별들이 금세 쏟아질 것만 같았다. 서울에서 희미하게 보였던 별들이 영롱한 빛을 발했다. 면역력 저하에서 암으로 판정이 났고 몸무게가 10킬로 이상 줄었을 때, 내 마음은 의외로 담담했다.. 우선은 살만큼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단했던 삶도 이제 내려놓는다는 것이 홀가분했다.
   “자연식으로 치료하는 곳이 있대요.” 나를 염려해주고 지지해 주는 선배님의 권유로 오게 된 경남하동, 이곳은 청정지역이었다. 깨끗한 공기와 자연식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싱싱한 야채와 현미밥, 기름이 배제된 음식을 먹고 운동을 했다. 그리고 아침저녁 말씀 공부를 했다.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새벽 5시, 동그랗게 둘러 앉아 간절한 기도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서있는 숲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올랐다. 저마다 사연이 깊다. 네 번의 항암을 하고 시력을 잃은 순이 씨, 그런 아내를 자상하게 보살펴주던 신랑, 간수치가 너무 떨어져 들어온 아우님, 연변에서 날아온 조선족 아낙도 있었다. 우리는 몇몇이 함께 어울려 산책도 하고 이야기꽃도 피우고 밤도 주웠다. 차츰 건강이 회복되어갔다. 조석으로 배우며 알게 된 그분의 사랑, 생명이 귀하고 삶 또한 귀함을 알게 되었다. 삼 개월, 육 개월, 아니면 일 년, 다들 건강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갔다. 오 년 전일이다.
     ‘나는 빛나는 새벽 별이라’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노년에 만난 주님, 그분도 새벽에 계셨다. 그리고 나를 어루만져 주셨다. 하루가 시작되는 신령한 새벽은 언제나 나와 함께 했고 그 속에 내가 있었다. 요즘 내 마음에 닿는 구상 선생님의 시 한 편을 읊조려본다.

 
<은총에 눈을 뜨니> 구상
이제사 비로소 두이레 강아지만큼 / 은총에 눈을 뜬다.
이제까지 시들하던 만물상이 / 저마다 신령한 빛을 뿜고
그렇듯 안타까움과 슬픔이던 / 나고 죽고 그 덧없음이
모두가 영원의 한 모습일 뿐이다.
이제야 하늘이 새와 꽃만을 / 먹이고 입히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공으로 기르고 살리심을/ 눈물로 감사하노라
아침이면 해가 동쪽에서 뜨고 / 저녁이면 해가 서쪽으로 지고
때를 넘기면 배가고프기는 매한가지지만 / 출구가 없던 나의 의식 안에
무한한 시공이 열리며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소중스럽고
모든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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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나트랑 여행기

수필[Essay] 2024. 3. 13. 10:02

                                                                                                                               

   12월 하순, 베트남 여행이다.
   토끼해를 보내며 내가 배우러 다니는 수채화 반에서 쫑파티 겸 여행이 결정되었다. 선택지가 가까운 베트남이고 3박 4일이란다.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가까운 나라이니 즐겁게 다녀오세요.” 큰아이 권유에 용기를 내었다.
   그곳 날씨는 초가을이라 해서 가벼운 옷을 챙기고 간단히 짐을 쌌다. 사년 넘게 병치레를 했던 터라 오랜만에 가는 여행길이 조금 설레었다. 밤 아홉 시 청주 국제공항에서 나트랑행 비행기에 올랐다. 시간차는 두 시간이고 거의 자정에 도착했다.
   그런대로 조각 잠을 자고 관광이 시작되었다. 우선 베트남의 청정지역이라는 달랏으로 향했다. 산꼭대기에 자리한 랑비엔 공원은 해발 2169m의 명산이라 하더니 깨끗한 하늘과 맑은 공기로 가슴까지 시원했다. 포나가 사원, 크레이지 하우스, 바오다이 황제의 여름별장, 달랏 야시장, 천국의 계단, 진흙마을, 나트랑 해변 가, 이곳 저곳을 삼일에 걸쳐 구경을 했다. 볼만 했던 것은 높은 건물이 없어서 탁 트인 풍광에 뭉게구름과 거울같이 깨끗한 하늘이었다.
   마지날 들렸던 플라워가든, 이곳은 갖가지 만발한 꽃들이 우리를 반겼다. 상쾌한 바람과 꽃향기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펼쳐진 풍경도 아름답고 마음도 더없이 즐거웠다. 그때 누가 시작 했는지 유행가가 들렸다.
   “6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그림을 못 그려서 못 간다고 전해라” 저마다 한 소절씩 부른다. "남자 친구가 있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하기도 하고, 나도 한마디 했는데 ”세상이 아름다워서 못 간다고 전해라 " 우리 모두는 웃음보가 터졌다. 결이 같은 사람들끼리  함께하는 시간, 아무도 불편해하는 사람이 없고 여행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주민 센터에서 운영하는 수채화반에 등록을 했다. 첫 수업이 있던 날 자기소개를 하는데, “나는 해방둥이입니다. 나이가 솔찬히 많습니다.” 했더니 어느 젊고 예쁜 회원이 자기 아버지가 해방둥이란다. 사십대에서 칠십 대 회원들로 나이가 그야말로 다양하다. 사실 교실에서 나를 왕언니라 부른다. 그것은 나이가 많아 서다. 젊은 그들과 어울리는 공간에서 젊은 시간을 본다. 그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림을 시작 한지 이년 반, 삼 년으로 접어든다. 모든 그림이 그렇지만 수채화는 물감놀이다. 스케치를 하고 물감을 풀어서 색칠을 하다보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알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여러 가지 과일과 예쁜 꽃들을 칠할 때는 그 오묘한 색감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늘 아버지께서 지으신 아름다운 세상, 그 모든 것을 나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고도 감사한 일이다. 이제 한점 한점 정성을 다해 그려보리라 마음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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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새벽 별

수필[Essay] 2023. 9. 15. 09:20


   

   이른 새벽,  별빛이 찬란하다. 동이 트기 전 미명의 순간이다.  하루가 시작되는 거룩한 시간,  이 거대한 우주를 지으신 분을 묵상한다.  

    세안을 하고 손전등을 챙기고   매무새를 다듬고  5시 쯤 집을 나선다.  6시에 시작되는 예배다. 새벽은 신선하고 청량하다.  헤드폰을 귀에 꽂고 찬송을 들으며 걷는다 ㆍ

'내 진정 사모하는 친구가 되시는 구주 예수님은 아름다워라
산밑에 백합화요 빛나는 새벽 별 ,
주님 형언할길 아주 없도다 
내 맘이 아플 적에 큰 위로 되시며 나 외로울 때 좋은 친구라 '

   하늘에 별님도 나를 따라오며 비춰 주신다.
마치 동방 박사 세 사람이 별빛을 따라간 것처럼. 참으로 귀한 시간이다 ㆍ

     이 시간 나는 주님과 대화를 한다.  모든 것을 주님께 아뢴다 ㆍ감사한 일. 걱정되는 일. 염려되는 일. 모든 것을 아뢰는 은혜의 시간이다.
     그리고 주님 주시는 평안을 우리 모두 누리며 살게 하소서 ㆍ간절히 기도드린다. 모든 것을 다 들으신 듯 내 마음은 더 없는 기쁨으로 충만해진다. 모든 것이 감사다.
   

하늘에는 주님 계시고 땅은 평안하도다 ㆍ오늘도 주시는 은혜로 살게 하시니 감사 ~  감사로 시작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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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시골 살이

수필[Essay] 2023. 7. 9. 18:05

 
“우리 밭에 가는데 언니도 갈래 유?”
“ 그럼, 나도 가 ”
    옆에 사는 고종 사촌 동생 전화다. 서둘러 모자를 챙기고 편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이십 분 남짓 제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조그만 시골 마을이 보이는데 지동 일구란다. 야트막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그 산 아래 380평, 약간 비탈 밭이다. 이곳은 우선 대추나무가 백 여 그루 심겨있고 한쪽으로는 갖가지 푸성귀가 실하게 자라고 있다. 요즘은 오이, 고추, 가지, 호박, 토마토를 따고 파, 옥수수, 아욱, 상추를 뜯는다. 일주일 전에는 감자를 캤고 그 자리에 들깨를 심었다. 올해는 감자가 잘 되었단다. 동글동글 주먹 만 한 감자를 캤는데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일머리를 모르고 거드는 일도 신통찮은데 채소와 열매들은 다 얻어먹는다.
    나는 농사일을 잘 모른다. 다만 동생 내외가 철따라 심고 거두는 것을 따라다니며 보는 구경꾼이다. 가끔 밭이랑 사이에 돋아난 풀을 뽑거나 고구마나 감자를 캐면 바구니에 주워 담는다. 털썩 주저앉아 부드러운 흙을  손 가득 만지는 느낌은 참 좋다. 그리고 모든 것을 키워내는 흙이 고맙다.
   지난해 가을, 대추가 엄청 많이 열렸었다, 묘목을 심은 지 이십 년이 되었다는데 대추알도 크고 달았다. 제부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보살핀다. 모든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탐스럽게도 키워낸다. 가을에 수확하는 들깨는 기름을 짜고 깻묵을 대추밭에 뿌려준다. 내가 이곳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산으로 올라가는 밭 끝자락에 있는 두 그루 밤나무 때문이다. 봄에 밤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알밤을 내어 준다. 풀 섶이나 밭골에 뚝뚝 떨어진 밤을 줍노라면 그야말로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사계절 중에 봄을 제일 반긴다. 그것은 만물이 소생하는 철이기도 하지만, 나물 뜯기를 좋아해서 기분 좋게 바쁘다. 삼월 초순이 되면 호미랑 바구니를 들고 중원 군 미원 쪽으로 간다. 넓은 들은 냉이와 씀바귀가 지천이다. 그리고 돌돌 흐르는 도랑가는 돌미나리가 얼굴을 내민다. 이렇듯 시작되는 나물 뜯기는 오월까지 이어지는데 산에서 나는 산나물은 사월 중순부터다.
    나물 중에 으뜸은 단연 취나물이다. 추운 겨울 땅속에 숨어 있다가 나오는 새순들을 보면 너무 예쁘고 신기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두릅이며 고사리, 대래 순, 머위, 저마다 독특한 향기를 품고 있는데 그 향을 맡을 때면 ‘ 그래, 이것이 봄이야’ 나는 혼잣말을 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된장에 무치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그리고 뜯어온 나무새를 다듬어 데치고 말리면 봄철 마무리가 된다. 
   
   이곳 청주로 이사 온 지 이년이 되어간다. 요즘 나는 어린 시절 많이 하고 살았던 일들을 이곳에서 한다. 아버지 따라다니며 민물 새우를 잡던 일, 어머니랑 산나물 뜯던 일, 언니랑 다슬기 잡던 일, 그 추억들을 늘 그리워했는데 고향땅에 내려와 하나씩 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다행히 동생 내외도 취향이 비슷해 나물 뜯으러 갈 때도 나들이할 때도 나를 끼워준다.
    며칠 전에는 괴산 칠성 댐으로 다슬기를 잡으러 갔다. 어머니는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갈 때가 제절이라 말씀하셨다. 여울지며 흐르는 냇물에 발 담그고 다슬기를 잡는다. 물속에는 피라미가 노닐고 냇물은 내 발을 간질여 주고 간다. 작은 돌을 제치면 다슬기 댓 마리가 붙어 있다. 제법 씨알이 굵다. 반 대접 정도 되는 다슬기를 밤새 해감을 시켜서 아욱국을 맛나게 끓여 먹었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속속들이 촌사람이다. 이런 일들이 왜 그리 좋은지 나도 모른다. 아마 시골에서 자란 탓일 게다. 귀소본능, 연어가 태평양 먼바다에 살다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듯 인간도 그런가 보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시골이 아니다. 다만 내가 촌 동네를 찾아다니며 시골 살이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팔도 강산은 그 어느 곳을 가도 아름답다. 그러나 충청도는 풍광이 빼어나다. 속리산, 월악산, 화양계곡을 자주 찾아 가는데 우람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 운다. 청량한 바람, 청아한 새들의 노랫소리, 돗자리를 깔고 누우면 몸도 마음도 더없이 편안하다. 사십여 년을 타지에서 살고 돌아온 고향 땅, 나를 품어 주는 그 너른 품이 고맙다. 그리고 그간의 고단했던 내 삶이 스르르 녹아버리는 것 같다.
    어느사이 칠월, 나이 들고 나서의 하루하루는 선물이다. 요즘 한 가지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인간의 삶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가족들, 형제들, 이웃들, 그 모두를 좀 더 사랑하며 살았어야 했는데, 내 생각이 옳다고 고집으로 일관했던 일들이 후회가 된다.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인 것을 칠십여 년의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더디 깨닫는다. 남은 시간들은 하고 싶은 일하며 사랑으로 채워 보리라 다짐해 본다.
    우리 예쁜 둘째 딸 덕분에 주님을 영접한지 십 년, 내 삶의 모든 것을 인도하시는 그분이 계시기에 오늘도 주시는 은혜 누리며 산다 .

 한국수필 9월호 발표 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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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은 고요합니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쉼을 갖는 밤입니다. 초저녁 단 잠자고 나면 편히 앉아 말씀 묵상을 합니다. 아버지께 받은 은혜가 너무 많아 우선 감사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어느 누군들 삶이 순탄했을까만,  그간의 내 삶을 돌아보면 굽이굽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 많았습니다.
    창세기 47장 야곱이 잃었다고 생각했던 아들 요셉을 눈물로 만나고 바로 왕 앞에 섰을 때,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냈나이다."
    야곱의 말을 읽었을 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 이사야 41장 10절)
                                                           
    이 말씀은 중 병이 났을 때 나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치료가 시작될 때나 기계 속으로 들어갈 때나 나는 이 말씀을  읊조리곤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곧바로 편안해졌습니다. 마치 옆에 계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걱정거리가 몰려오면 빌립보서 4장 6.7절을 큰소리로 읽습니다.

ㆍ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이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네 맘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ㆍ

    평범했던 일상에서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 닥쳐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아버지 말씀만 꼭 잡았습니다. 말씀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 말씀 속에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아버지 마음을 알게 되었고, 지금도 살아계셔서 모든 것을 선한 길로 인도하시는 아버지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깊은 사랑을 알게 되었을 때는 감사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나는 날까지 너와 함께 할것이다 . 주님께선 말씀 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주관해 주시는 하늘 아버지, 주시는 평안 속에서 편히 살게 하시니 지금은 감사뿐입니다. 나에게 남은 소망은 우리 가족 다 구원해 주시고, 남은 세월 사랑하며 살다가게 하소서. 오직 그 말씀만 아룁니다.

  ' 죄짐 맡은 우리 구주 어찌 좋은 친군지 걱정근심 무거운 짐 우리 주께 맡기세 
   주께 고함 없는 고로 복을 얻지 못하네  사람들이 어찌하여 아뢸 줄을 모를 까'
    요즘 제 입에서 나오는 찬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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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단잠을 자고 나면 새날을 주신 하늘 아버지께 감사기도 드리고,  7시쯤 아침 준비를 합니다. 냉장고 야채통에 있는 식재료를 씻어 찜기에 넣어 찜니다.  소스는 땅콩, 키위, 블루베리, 이것저것 해서 먹어 보았는데 내 입에는 간장, 된장이 제일 맛났습니다.  식사를 하다 보면 음식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데, 애호박은 달달하고 당근은 달짝지근합니다. 특히 버섯은 고기 맛이 납니다.  국이랑 김치를 곁들여 아침을 먹을 때면, 성경 창세기 1장 29절이 떠오릅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일용할 양식을 주신 그 은혜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4년 전, 면역력 관계로 건강이 무너졌을 때, 몸 무게는 10킬로 가깝게 줄었습니다.  그때 아침저녁으로 말씀 공부를 하며 건강한 음식으로 병을 치료한다는 하동 '벧엘수양원'을 지인에게서 소개받았습니다.  ' 만드신 분이 고치신다.'라는 메시지가 단위에 쓰여 있었습니다. 음식은 여러 가지 종류별로 나왔습니다. 커다란 접시 위에 6가지 음식이 차려졌는데 그 맛은 담백하고 고소했습니다. 기름은 그 어느 것도 쓰지 않았습니다. 찰진 현미밥에 찬은 주로 야채와 과일이었습니다. 단단한 것은 찌고 연한 것은 생으로 먹었는데 싱싱했습니다.  주로 견과류로 맛을 내었습니다. 야채수를 만들어 그 국물로  찌개도 끓이고 국도 끓이고 했습니다. 부드러운 미역국에 캐슈너트을 갈아서 넣었다는데 정말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잃었던 입맛이 돌아왔고 몸도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말씀은 내 영의 양식이 되었고 음식은 내 육의 양식이 되었던 것입니다. 
     
     편백나무가 빽빽한 동산을 오르다보면 새소리 바람소리, 너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골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 공기는 깨끗하고 청정해 심신이 편안했습니다. 그곳에서 조석으로 말씀 공부를 하며 나는 가슴 벅차게 하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지으시고 이 아름다운 세상 모든 것을 지으신 그 크신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그곳에서 지내면서 몇가지 음식조리법을 배웠는데 막상 집으로 돌아오니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꾸준히 해 먹는 것은 열매와 뿌리를 쪄서 먹는 것, 그 일은 쉽고 간편하고 속이 편했습니다.  실은 요리솜씨가 없는 편이어서 음식을  맛있게 하는 분들을 만나면 그 가족들은 얼마나 좋을까. 부러운 마음부터 들었습니다.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시간 밖에서 일을 했고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음 한켠에는 딸들한테 늘 미안했습니다.

   언젠가 큰 시누이랑 점심을 먹으며 내가 한 말입니다.
    " 고모, 나는 잘하는 게 없어요."
    "무슨 말씀, 글을 잘 쓰시잖아요.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에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시누이가 일초도 안 걸리고 내게 해준 말입니다. 나는 입가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긴 큰상은 받지 못했고 자잘한 상은 받았으니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유일한 재주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초먹거리학교'를 운영하시는 이계호교수님은 하나님은 열매, 뿌리,  그  모든 먹거리 속에는 인간이 필요한 영양소가 다 들어 있게 만드셨다고 했습니다. 다만 너무 기름진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싱싱한 과일과 야채를 골고루 섭취하면 우리 몸은 건강하다고 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로 아침을 먹습니다. 


                                                                 벧엘 수양 원에서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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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 할머니는 80프로 노시는 것 같아요”
      “ 그래? 그런 것 같네”
    마주 앉았던 초등 1학년 손자가 느닷없이 하는 말에 좀 놀라기는 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 방학이라고는 해도 녀석은 여전히 분주했다. 산수, 영어, 국어, 피아노, 거기다 축구 교실까지 마냥 바쁘다.
    “근데, 할머니도 네 엄마 나이 때는 샛별 보고 나가서 밤별을 보고 들어 왔어, 녀석아 무슨 말인지 알아?”
    “네, 새벽에 나가셨다가 밤에 들어오셨다는 이야기네요.”
     얼굴을 보니 조금 이해가 되는 표정이다. 내 나이 환갑에 얻은 첫 손자 다안이, 그때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딸만 키운 나에게 손자는 기쁨 그 자체였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를 갑자기 내 품에 넘겨주며 간호사가 덕담 한마디 하란다. “건강하게 잘 자라 나라가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얼떨결에 아기에게 해 준 한마디, 지금 되뇌어 봐도 그리 나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녀석이 자라면서 나는 이 특별한 손자와 이곳저곳을 누볐고, 이런 일 저런 일,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을 찾아가 재미있는 동화를 읽어 주었고, 조각가 큰 이모 <마이클 잭슨 추모 전>이 열렸을 때, 녀석과 관람하며 팝의 황제 마이클의 현란한 춤과 감미롭고 리드미컬한 영상도 보았다.
   
    2009년,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특별전> 여민해락 (與民偕樂) 백성과 더불어 즐긴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특별전시도 녀석과 함께 했다. 1909 창경궁 제실(帝室)에서 시작되어 박물관이 개관된 지 백 년, 많은 국보급보물들이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문화와 전통을 나도 공부했고 녀석과 함께 돌아보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잔나비 띠, 그 띠가 같아 그런지 우리는 잘 통했다.
    4년 정도 <실버넷 뉴스> 기자로 일을 했을 때 일이다. 때 마침 <창립 10주년 기념행사>가 강남 구 코엑스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기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자랑 코너’가 있어서 나는 ‘손자와 동요 부르기’를 신청했다. 학교 갔다 오는 녀석을 붙잡고 맹연습을 했다. 서툴지만 나도 복지관에서 배운 기타를 튜닝하고 리듬에 맞추어 반주 연습을 했다. 동요는 윤석중 작사, 이수인 작곡 ‘앞으로 앞으로’이다.
     ‘지구는 둥그니까 / 자꾸 걸어 나가면 / 온 세상 어린이를 / 다 만나고 오겠네. 나는 기타로 녀석은 노래로 거듭 불렀다.
      드디어 축제가 벌어지는 당일, 청바지에 빨간 티를 녀석이랑 갖추어 입고 무대에 올랐다. 사회자가 우리를 소개했고 나는 의자에 앉아 전주로 시작을 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녀석은 노래를 불렀다. 한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맑은 목소리로 힘차게 불러서, 객석에 있는 관객들과 동료 기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참가상금을 받아 용돈으로 주었고 녀석도 기분이 좋았고 나 역시 흐뭇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안양 석수 동 살 때 이야기다. 이른 아침 녀석이랑 나는 안양천을 자전거로 함께 달리곤 했다. 안양으로 내려가는 길은 a코스, 서울로 올라가는 길은 b코스, 나름 정해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렸다. 내리막길을 갈 때면 녀석은 ‘야호’ 하고 환성을 질렀다. 작은 연못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튀어 오르는 작은 물고기를 보았고, 코스모스가 핀 가을 길도 달렸다. 그리고 우리는 자장면과 탕수육을 맛나게 먹었다.
     녀석이 나에게 준 기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목욕을 시키고 나면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었던 모습, 천사가 따로 없다. 말문이 터졌을 때, 첫걸음마를 떼어 놓았을 때, 그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나에게는 참으로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손자다. 돌아보면 모든 일이 엇 그제일 같이 선한데 이젠 모두 추억이 되었다. 나이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지, 가끔 떠 올려보는 것도 즐겁다. 일손을 놓았을 때 나에게 했던 녀석의 일격, 지금도 그 표정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2022년, 녀석은 사춘기 끄트머리에 있다. 어두운 터널을 잘 빠져나와 고맙고 대한민국 남아로 잘 크고 있다. 나라가 필요한 사람, 행복하고 멋진 사람이 되기를 할미는 주님께 기도드린다.

 

고등생이 된 손자와  한장 ㅎ
 

십여년 전 , 손자랑 동요 부르기 ㅎ
 

Posted by 물오리

 
    사랑이신 주님, 꽃피는 새봄을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이 세상 만물을 지으시고 복을 주신 주님, 꽃 한 송이에도 주님의 숨결을 느낍니다.
 
    40년 만에 고향땅으로 인도해 주신 주님, 아침이면 새가 노래하고 볕이 잘 드는 남향집에 편히 살게 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죽음 앞에 망연히 서 있었을 때, 내 어깨를 어루만져주신 주님, 아름다운 세상 더 보게 하시고, 가족을 구원을 위해 기도 할 수 있게 해 주시니 그 은혜, 그저 감사뿐이옵니다.
   
  < 여의도 순복음청주교회> 주님 임재하시는 아늑한 성전에서 예배드릴 수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생명의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을 단위에 세워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이른 새벽, 말씀 읽어주시고 해설까지 해 주시니 큰 은혜가 됩니다. 그 시간을 허락하시고 인도해 주시는 주님, 감사드립니다.
   
     주님을 섬기는 여성 선교회 집사님들, 그 모습들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뿐만이 아니라 피아노, 드럼, 기타, 그리고 찬양 팀, 모든 분들 너무도 훌륭해 감사와 찬사를 보냅니다. 
   사랑이신 주님, 이 아름다운 성전에 많은 성도들이 함께 모여 주님께 경배드리며 조건 없이 주시는 사랑과 복을 누리며 살게 하옵소서. 역사하여 주옵소서.

   부활 주일을 앞둔 사순절, 우리의 죄를 당신의 상처로 대신하시고 십자가위에 달리신 예수님,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 그 크신 사랑을 묵상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주, 예수그리스도께 손 모아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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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