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Essay]'에 해당되는 글 95건

  1. 2023.03.29 언제나 함께 하시는 주님 by 물오리
  2. 2022.12.30 아버지 지으신 아름다운 세상 by 물오리
  3. 2022.12.04 겨울 새 by 물오리
  4. 2022.08.26 지구별 쓰레기 by 물오리
  5. 2022.08.21 고향은 따스한 곳 by 물오리
  6. 2022.07.09 샌드위치 by 물오리
  7. 2022.03.12 슬로브핫의 딸들 by 물오리
  8. 2022.01.27 너는 뭐에 미쳐사니? by 물오리
  9. 2021.08.09 시골 인심 by 물오리
  10. 2021.07.11 안양천에서 무심천으로 by 물오리

 
       삼월 중순, 일산이 직장인 막내딸을 보러 갔습니다.
      마침 이곳 청주에서 일산으로 가는 직행 버스가 있어서 행보가 수월했습니다. 지난해, 올해, 집안에 생긴 일로 힘들어하는 막내를 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얻은 사랑이, 그 딸 키우랴 직장 일하랴, 너무 많은 일로 숨 가쁘게 사는 딸이 안쓰럽고 안타까웠습니다. 어미가 멀리 있고 나이가 있어 도와주지도 못하고 애면글면 속만 끓이다가 며칠이라도 돌보아 주자 작정을 하고 집을 나셨습니다. 봄이 오는 고속도로 풍경은 수런수런 나무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점심시간에 만난 막내 얼굴은 그래도 화색이 돌아 적이 안심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딸네 집에 도착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벽에 걸린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어찌나 반갑고 감사한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그동안 막내를 보살펴 주셨군요.” 맘속으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우리 집에서 주님을 제일 먼저 만난 딸이 막내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선교를 나가겠다고 해서 좀 놀라긴 했지만, 뜻이 분명해서 가는 길을 막지 않았습니다. 그때 우리 집 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들을 위로하며 주님 말씀을 전했겠지요.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직장 생활을 하며 시나브로 주님과 멀어졌습니다.

    직장은 많은 일을 하게 합니다. 가끔 집에서도 회사 일을 합니다. 그냥 쉽게 월급을 주지 않지요. 육아도 그렇습니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기쁨도 있지만,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을 요하는 일인지, 엄마들은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주님대신 엄마들을 보내셨다고 하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잘해 내고 있어서 내심 고마웠습니다.
   

    선물로 주신 사랑이가 어느새 초등생이 되었습니다. 입학식 사진을 보내왔는데 친구들 속에 서 있는 걸 보니 대견했습니다. 드디어 우리 사랑이도 사회생활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딸은 회사로, 사랑이는 학교로,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대충 집안 정리를 하고 저녁은 무엇을 해 줄까 생각하다가 닭 볶은 간장 졸임으로 정했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태권도 배우며 놀다가 학원 차로 오는 사랑이를 맞이했습니다. 직장에서 돌아오는 딸과 손녀를 위해 정성껏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식사 기도를 드리고 오붓하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할머니 맛있어요.” 사랑이가 엄지손을 번쩍 들어 표현해 주었습니다. 며칠 함께 하고 돌아오는 날, 십자가 앞에서 기도드렸습니다.
 

     “사랑이신 주님, 출장 간 박서방, 손녀 사랑이, 우리 막내딸, 언제나 보살펴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여기 세 식구, 주님 계시는 성전으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주님께서 주시는 복을 누리며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는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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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한 해가 이울고 있는 십 이월, 정기 검진이 있어 서울을 다녀왔습니다ㆍ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해넘이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우아 ~ 너무 멋지네. 엄마 사진 좀 찍어요" 나는 달리는 차창 밖으로 황홀하게 다가오는 그 찬란한 순간을 마구 찍어 댔습니다.

"아버지가 지으신 세상이야, 너무 아름답지?" " 알았어요 " 딸이 말했습니다.
아름다운 것이 노을뿐이던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다 아름답습니다.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 티 없이 파란 하늘, 봄 이면 다투어 피는 꽃들, 가을 단풍, 그중에 으뜸은 아이들 웃음소리입니다.

   개는 개처럼 지으시고 고양이는 고양이처럼 지으셨는데 유독 인간만은 당신 형상대로 지으셨으니 그 은혜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리오 , 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지으시며 그 누구에게나 복을 주셨습니다.
그 은혜가 차고도 넘칩니다. 모든 것은 하늘 아버지께서 주신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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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겨울 새

수필[Essay] 2022. 12. 4. 20:58



베란다 창문에서 '푸드덕푸드덕 '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조용히 다가가 보니 참새가 대추를 쪼아 먹고 있었습니다. 지난 늦가을 예배당 뒤란에서 따온 대추를 말리고 있는데, 그것을 맛나게도 먹고 있었습니다. 작은 화분 걸이를 창틀 밖으로 걸어놓고 볕 좋은 날, 버섯 말리고 가지도 말렸던 곳입니다.  지금은 대추를 말리고 있는데 겨울이 되니 먹이가 귀한 모양입니다.

"그래 많이 먹어라, 추운 겨울이지 " 보고 있노라니 기척을 느꼈는지 포로롱 날아갑니다.
지난해 먹다 남은 들깨에 호박씨, 땅콩을 섞어 대추 옆에 따로 마련해 주었습니다. 아침이면 먹고 갔는지 살펴보게 되는데 흩어진 것을 보니 다녀 갔나봅니다.


우리 동네는 숲이 우거져 겨울인데도 새가 많습니다. 반가운 소식을 전해 준다는 까치가 보이고,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텃새인 참새 , 감을 쪼아 먹으며 겨울을 나는 직박구리,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내내 지저귑니다.  다 주님이 지으신 창조물들이지요.
'눈이 내리는 이 추운 겨울, 다들 와서 먹고 가거라' 먹이를 뒤적여 주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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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지구별 쓰레기

수필[Essay] 2022. 8. 26. 18:31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 담벼락에 붙은 현수막 글입니다.
4학년 3반 학생들의 작품인데 잔뜩 찡그린 지구 얼굴이 안타깝습니다. 이 그림은 공해의 심각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 폭염으로 힘들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무섭게 쏟아지는 폭우와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 하고 북극곰이 멸종위기에 있는 가하면 아마존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연일 보도되는 매스컴을 통해 지구가 얼마나 오염으로 아파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분명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별 중에 제일 아름다운 별, 이 지구에 우리가 삽니다. 류시화 님의 저서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의 글처럼 우리는 지구별에 잠시 소풍 온 것입니다. 언젠가는 소풍 끝내고 하늘나라로 가는데, 가까운 산을 오르며 봐도 이곳저곳 쓰레기요 , 바다 앞에 서 봐도 , 하물며 동네 길을 걸어도 아무 데나 버려진 쓰레기가 너무 많습니다.

십여 년 전 ,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규슈 지방을 동창들과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 온천은 깊은 숲 속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노천 온천도 좋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쓰레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목조 건물이 들어섰는데 정말이지 놀라울 만큼 휴지조각 하나 눈에 뜨이지 않았습니다.
36년의 일제 치하에서 압박과 공포로 사셨던 내 어머니, 가끔 들려주시던 이야기는 잔혹하고 무척이나 고단한 삶이셨습니다. 분명 그들은 착한 민족이 아님에도 배울 것은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날 쓰레기를 어떻게 버렸는지 나 자신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나도 너도 범인 일 것입니다.

젊은 날, 삶이 버거울 때 산을 자주 찾았습니다. 일이 힘들어 숨이 찰 때 숲 속을 찾아갔지요.  소나무, 잣나무, 노간주나무, 도토리나무, 참나무, 갖가지 나무들이 내어주는 청량한 향기 속에 걱정거리를 내려놓고 시나브로 앉아 있다 보면 숨 고르기가 되었고 지친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 유네스코가 인정한 자연의 콩팥, 개발 상처 치유 되살린다.>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뉴스가 일간 신문에 보도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간척사업으로 사라진 갯벌을 5년마다 관리해서 일정한 면적을 복원하는 갯벌 법이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서천갯벌, 고창갯벌, 보성 순천 갯벌 , 신안 갯벌, 4곳은 유네스코 자연 유산에 2021년 지정된 곳입니다. 우리나라 갯벌 서식 생물이 약 650종에 이르는데 멸종 위기 종이 많고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유네스코서도 인정했다고 합니다. 숲을 '지구의 허파'에 갯벌은 '지구의 콩팥'에 비유하는 데 넓적부리 도요새, 저어새, 알락꼬리 마도요 등, 많은 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가 아파하는 현실 , 갯벌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어 "
성경을 펼치면 첫 번째 기록된 말씀입니다. 8년 전 , 처음 이 구절을 읽었을 때 나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천지를 창조하셨고 맑은 숲과 자연을 지으신 바로 분이 하나님 아버지 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세상 모든 것이 내게는 새롭고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길을 가다가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주워 쓰레기 통에 넣습니다. 가끔 아침 산책을 나서며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주워보는데 그 분량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휴지조각, 음료수병, 담배 곽, 풀숲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과연 버리는 손길은 누구일까.

우리가 살다 가고 자녀들이 살고 손주들이 살아갈 아름다운 별 지구, 초등생 아이들의 말처럼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말고 분리수거 잘해서 아끼고 보호하며 살다 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번 더 하게 됩니다.


한국수필 12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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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이른 아침 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이 깬다.
창문을 열면 오른쪽 전나무 숲에서 들리는 새들 노랫소리가 참 좋다.
“너희들도 잘 잤니?”
나도 화답해 준다. 나르는 새도 먹이시는 그분께 감사 기도드리고 하루를 연다.

서울에서 사십여 년 살다가 고향 땅 청주로 이사 온 지 일 년이 되어 간다. 유년 시절 개울가
옆에서 자랐던 까닭에 무심천 곁으로 왔다.
냇가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예쁜 꽃들이 눈에 띈다. 아침 이슬 머금고 피어있는
자잘한 꽃들과 파릇한 풀들,
뿐만이 아니라 피라미 떼는 눈부신 햇살에 비늘을 반짝이며 수면 위로 튀어 오른다.
참 신기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우람하게 자란 나무가 많다.  길을 따라 거닐다 보면 휴양림인 듯 시원한 그늘과 은은한 향기를 뿜어 심신의 안정을 주어서 나는 이 골목 산책길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인가 길을 나서면 의자를 찾게 된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있던가. 물같이 흐르는 시간들은 어느새 나를 노년에 들여놓고
오늘도 무심히 흐르고 있다. 볕이 잘 들어 꽃들도 다투어 피는 남향집에 편히 살고 있는데,
단 한 가지 아파트 주변에 의자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데 아쉬웠다.
면적이 부족한 이유겠지만......
이른 저녁을 먹고 주변을 산책을 하는데 실바람이 분다. 이럴 때 벤치에 앉아 여유 있게
바람을 쏘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궁리 끝에 관리소를 찾아갔다.
의자 이야기를 안건으로 접수를 했는데 위원회에서 결정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동안 소식이 없어 어려운 일인가 싶었는데, 드디어 연락이 왔다.
그리하여 전 나무 아래 아담하고 예쁜 의자가 설치되었다.

팔월 중순, 육거리 시장 구경을 하고 들어오는데, 잣나무 의자에 앉아 계신 분이 눈에 들어왔다.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어른이다.
“나오셨어요? 바람이 시원하네요.”
잠시 담소를 나누고 들어왔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도 지나니 조석으로 가을바람이 분다.
잠자리도 날고 하늘도 구름도 아름답기만 하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흔쾌히 설치해준 관계자분들이 고맙다.
역시 고향땅은 노년을 배려해주는 따스한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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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수필[Essay] 2022. 7. 9. 09:10


일 년에 두 번 건강 검진이 있어 서울로 상경한다. 여동생 집에서 자고 오전 열 시쯤 대방역에서 내렸는데,

"제가 만든 샌드위치입니다. 맛이 있어요 " 라는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우리 막내 딸 나이쯤 되어 보이는 아기 엄마였다.
그녀 앞에는 아침에 만든 샌드 위치가 박스 안에 쌓여 있었다. 순간 , 나는 맘이 짠했다. 그리고 숨가쁘게 일했던 내 젊은 날들이 떠올랐다.
바삐 지나가는 발길들 속에 선 듯 사주는 사람이 없었다.

밀가루 음식을 먹지 말라는 주치의 주의를 듣고 있던 터라 나도 그냥 지나쳐 왔다.

종일 다 팔고 갔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이튿날, 나도 한번쯤 사서 먹으리라 돈을 꺼내 손에 쥐었는데 웬일인지 그날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힘내라는 말도 해 주고 싶었는데...

'주님 세월이 어렵습니다. 그녀에게 희망과 건강을 주시옵소서' 두 손을 모아 주님께 간절히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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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므낫세의 현손 슬로브핫은 아들이 없고 딸 뿐이었다 ㆍ그가 죽고 그의 딸들은 제사장 엘르아살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 앞에 나와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 하사 우리에게 기업을 주라 하셨다. 하매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그들에게 기업을 주었다 ㆍ 수 17 장 ㆍ

나는 이 말씀을 읽으며 억울해서 잠을 설쳤던 내 젊은 날이 떠 올랐다 ㆍ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그는 동창이었다. 어느날 그 약속을 깨고 심장마비로 딸 셋을 숙제로 남긴 채 떠났다 ㆍ

딸들이라도 잘 키우자 다짐을 했고 서울살이가 시작되었다ㆍ
십여 년 시간이 흘렀을 때 아버님이 남기고 간 재산을 애들 큰아버지가 독식을 하고 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문서 위조로 다 바뀌어 있는 것을 한참 후에 알게 되었을 때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ㆍ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ㆍ

이천 년 전, 하나님아버지께선 일찍이 딸들도 아버지 기업을 물려받을 수 있게 해 주셨는데, 인간의 욕심을 보는 순간이었다.

40여 년 흐른 후, 큰애는 말한다.
ㆍ엄마는 바보처럼 살았네요 ㆍ
그래 그랬지 . 그런데 그럴만한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ㆍ 첫째 그는 너네 아빠 형이고 ㆍ 둘째로는 나보다 지독한 성격이라서 , 나는 그런 사람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ㆍ 뿐만 아니라 ㆍ 집 걱정 말고 살라 하셨던 아버님도, 옆에서 듣고 계셨던 어머님도 한마디 말씀도 없이 가셨다 ㆍ 딸만 두었다는 이유로 ㆍㆍㆍ

하나님 자녀가 된지 팔 년,
내 사랑하는 자들아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 ㆍ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이 말씀을 읽으며 비로소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

그러나 사랑이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신 또 하나의 말씀은 네 원수가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였다.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맘속으로 아뢰었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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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어느 신문에서 보았을까.
외국인인데 목에 널찍한 판넬을 걸었다. 앞면에는 " 나는 예수에 미쳐 산다 " 뒷면에는"너는 뭐에 미쳐 사니? "였다 . 그 스냅사진을 보며 뭔가 동질감이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사실 나는 요즘 예수님께 반해서 살고 있다. 미치든 반하든 그 은혜는 엄청난 축복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복 된 새 세상이 열리기 때문이다.
나그네처럼 왔다가는 인생길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삭막하고 불행한 삶일까.

요즘 누가복음을 필사하며 느끼는 것은 마치 말씀이 살아 움직이 듯, 예수님과 제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십자가에 못 박혀 달리셨을 때
그 조롱과 멸시를 당하실 때 " 나쁜 놈들" 내 입에서 독한 한마디가 나왔다. 사흘 후, 부활하셔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 너희는 이 모든 일에 증인이라 말씀하셨다. 그리고 손을 들어
제자들을 축복하시고 하늘로 올려지실 때 , 나는 감사와 슬픔의 눈물이 시야를 가렸다.

33년의 생애, 그리고 3년의 사역 , 갖가지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치료해 주셨고 귀신 들린 사람들, 죽었던 사람, 모두 살리신 그 크신 은혜를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년 전, 나는 죽음 앞에 망연히 서 있었다. 참으로 먹먹했던 시간들 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고난을 예수님 하신 말씀을 붙잡고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선물로 주시는 하루하루를 감사로 살고 있다. 나는 예수님 사랑으로 승리했다.

그대가 만일 참된 행복을 찾거든 예수님을 만나보세요
그분으로 인하여 참 평안을 얻으면 나와 같이 고백할 거요

난 예수가 좋다오 난 예수가 좋다오 주를 사랑한다던 베드로 고백처럼 난 예수를 사랑한다오 ~

내가 좋아하는 찬송이다.
베드로처럼 나는 그분을 사랑한다. 또한 날마다 예수님 하신 말씀을 읽으며 그 사랑에 반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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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시골 인심

수필[Essay] 2021. 8. 9. 18:05


"제가 들어다 드릴게요. 저도 시골 출신이라 이런 일 좋아해요"
갑자기 달려들어 내 손에서 물이 가득 든 양동이를 빼앗아 들고 갔다. 그리고 두서너 번 물을 더 길어 주었다. 엊그제 텃밭에서의 풍경이다.
당근씨를 흙에 묻고 물을 주는데 일어난 일이다. 선배님과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했다. 삼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얼굴, 가던 길을 가는 그녀에게
"복 많이 받아요" 얼떨결에 내가 그녀에게 해 준 말이다.


얼마 전에는 누군가 상추를 박스에 가득 담아 선배님 사시는 아파트 입구에 놓고 ㆍ가져다 드세요 ㆍ라는 메모가 들어 있었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역시 시골 인심은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서울 변두리 사는 동안 간간이 이곳 고향을 찾았다. 선배님이 계시기도 했고, 내가 자란 곳이기에 부모와 형제, 동무들의 추억이 있어서다. 뿐인가 동창이었던 애들 아빠랑 데이트를 했던 곳도 냇물이 흐르는 이곳 수정교 둑방이다. 기적을 울리며 달리는 기차가 있었고 그와 만나는 날 저녁은 달맞이 꽃이 예쁘게도 피어 있었다.

세월은 어느 사이 나를 이쯤으로 데려다 놓았을까, 한 순간에 급행열차처럼 확 지나간 느낌이다. 그래도 꺼내어 볼 수 있는 추억이 있음이 감사하다. 지금은 사라진 풍습이지만, 시월상달이 되면 어머니는 고사를 지내셨다. 나는 그 시루떡을 언니랑 집집마다 나누어 주러 다녔다.
"남서방 딸이 구나"
떡 접시를 받으시며 나를 보고 웃던 이웃집 아주머니, 그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유년의 시간은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해 준다.

정겨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이곳
시골은 지금도 인정이 넘치고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다.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는 주님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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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유년 시절 우리 집은 개울가 옆이었다.
언제나 그 개울은 맑은 물이 흘렀다. 그것도 장맛비가 지나가면 둑 아래 자갈밭이 잠길 만큼 물은 넘실거렸다. 소꿉놀이하던 동무들과 흐르는 물속에 잔돌로 담을 쌓으면 물은 가슴까지 차 올라왔다. 그 속에서 물장구치며 놀았다. 나는 물속에서 놀던 그 느낌을 지금도 기억한다. 부드럽게 나를 감싸 주었던 간지러운 추억, 뿐만이 아니라 송사리랑 모래무지 잡고 소꿉놀이도 했다. 봄이면 개울가에 돋아난 돌미나리를 뜯었으며 둑방에서는 냉이와 벌금자리를 캤다.

큰 언니 시집갈 때 어머니는 개울 자갈밭에 양은솥을 걸고 양잿물에 광목을 삶았다. 흐르는 물에 누랫던 광목은 하얗게 빛이 났다. 그 천은 이불 홋청, 햇댓보, 방석으로 쓰이고 언니는 광목에 수를 놓았다. 그 시절은 부모님이 계셨고 형제들이 있었다. 여름밤이면 박하 향이 나는 냇가에서 언니랑 목물로 더위를 식혔으며 어머니가 해 주시는 밀개떡을 먹었다. 들마루에 누워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을 세었고 아버지가 피우는 모깃불 곁으로 반딧불은 불을 밝히며 지나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참으로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무심천 냇가를 걷는다 . 마음을 내려놓고 걷는다는 무심천, 물을 따라 거닐다 보면 고향 냇가가 보인다. 거의 사십 년 살았던 안양천을 뒤로하고 고향땅 청주로 이사를 했다. 평생을 냇가 곁에서 살았다. 그것은 내 마음속에 아름다운 유년의 개울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냇가를 따라 거닐다 보면 마음이 더없이 편안해졌다.
"잘 잤니? "

물오리 한쌍이 사이좋게 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침 햇살에 비늘을 반짝이며 튀어 오르는 피라미 떼를 보노라면 나는 걷던 길을 멈춘다. 마치 살고 있음이 기뻐서 축제를 벌이는 몸짓인 것만 같다. 생각해 보면 매일매일 새날을 맞이하는 우리의 삶도 축제가 아닌가.

이사를 앞두고 생각이 많았다. 딸들이 살고 있는 일산으로 갈까, 아님 고향땅으로 갈까, 생각지 않게 이년 넘게 병치레를 했다. 그간 딸들은 나를 캐어 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 곁으로 가면 나를 또 살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터, 조금이라도 편히 살게 해 주고 싶었다. 결국 나는 내가 흐르는 무심천 곁으로 왔다. 우선 이곳은 내가 좋아하는 선배님이 계시고 유년에 함께 놀던 동무들도 있다. 같이 자란 사촌 동생도 곁에 있고 글 친구도 있어 감사하다.

집수리, 이사짐, 여러 가지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사를 한 새 보금자리는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정 남향집이다. 몇 해 꽃을 피우지 않아 뽑아 버릴까 했던 게발선인장이 이곳에 와서 연분홍 꽃봉오리를 달았다. 그리고 지난해 선배님 댁에서 한가닥 얻어온 안시리움도 꽃이 핀다. 꽃들도 햇님 덕분에 다투어 핀다. 볕이 가득 들어오는 창가에 동그란 테이블을 마련하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꽃들과 인사하며 차 한잔 마시는 여유도 누린다.
'삶은 하나님 아버지가 주시는 선물' 모든 일을 주관 하시는 그분이 계시기에 나는 평안하고 기쁘다. 그래서 일상이 감사다.

돌돌 여울지며 흘러가는 징검다리에 앉아 있으려니 초등학교 때 불렀던 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

2022 3월 ㆍ 한국수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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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