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Essay]'에 해당되는 글 99건

  1. 2020.04.13 고향선배님은 작은 예수님 by 물오리
  2. 2020.03.31 감사 일기 by 물오리
  3. 2020.03.27 그분과 왈츠를 by 물오리
  4. 2020.01.01 인생은 사랑 by 물오리
  5. 2019.11.26 순이씨 by 물오리
  6. 2018.09.02 금천 문학의 글 밭 향기 - 새싹이 어른이 되다 - by 물오리 6
  7. 2018.08.29 꾀꼬리 선생님 by 물오리 2
  8. 2018.06.07 연잎 위에 청개구리 --- - 품바, 품순이 - by 물오리 5
  9. 2018.05.04 봄 봄 봄 by 물오리 4
  10. 2018.04.05 꽃이 피네 by 물오리

 

 

 

 

내 고향 선배님 세례명은 베르나데트이다. 그리고 이분은 수필의 대가 반숙자 선생님이시다.

힘들고 캄캄했던 내 젊은 날, 선배님은 나를 지켜준 한줄기 빛과 같은 분이시다. 언제나 나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고 험한 세상 잘 헤쳐 나가도록 격려와 용기를 주신 분이다.

1978년 겨울, 심장 마비로 갑자기 떠난 남편 때문에 망연자실 넋이 나가 있을 때, 선배님은 긴 위로의 편지를 보내주셨다. 그 당시 음성읍에서 피아노 레슨을 하고 계셨고, 또 한 사람 제천 초등학교에 근무하다가 사정이 생겨 아가들과 친정집에 살았던 아우, 우리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차 한 잔을 마시고 나면 마음이 열리고 입이 열렸다. 선배님은 상한 마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셨다. 모태신앙인 선배님은 그 당시도 주님의 딸로서 장애 우와 힘든 사람들을 보듬고 계셨다.

나는 일 년 남짓 남편 탈상을 마치고 80년도 봄, 철없는 어린 딸들과 함께 이삿짐을 가득 실고 서울 변두리 이곳에 말뚝을 박았다. 어차피 꺾어진 팔자 딸아이들만이라도 잘 키워보자 내심 작정을 했고 그로부터 나는 일하는 엄마가 되었다.

가끔 보내 주시는 선배님 편지는 늘 길었다. 머리글에는 십자가가 그려있고 <주님의 평화>라는 메시지 아래 몸과 마음이 함께 평화로운지 꼬마들도 충실한지 궁금할 때마다 기도했습니다.라는 안부와 씩씩하게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응원의 글을 보내주셨다. 나는 그 편지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자리 잡아갈 무렵 두 분을 우리 집에 초대했다. 우리는 그간 못다 한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고 이튿날, 인근에 있는 안양유원지, 숲 속의 빈터라는 카페에서 세 사람은 마주 앉았다. 선배님은 수필로 등단 준비를 하고 계셨고, 아우는 교육장, 나는 사업, 서로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축배의 잔을 높이 들었다.

 

 

 

 

시간이 가면서 내가 하는 일과 아이들은 그런대로 순항했다.  그러나 사춘기라는 그 폭풍에서 감당이 안 될 때 나는 선배님을 찾았다. 기쁜 일이 있을 때도, 삶이 힘들 때도 박교장 아우와 달려갔다.  그때마다 우리 손을 잡아 토닥여 주셨고 명쾌한 답도 주셨다.

 막내가 대학 입학을 했을 무렵 원고지 다섯 권과 볼펜 두 타스가 선물로 왔다.

 “혜경 엄마, 이제 시작하세요. 가슴속 이야기를”

라는 메모와 함께 어디에 누구를 찾아가라는 당부의 말씀도 적혀 있었다. 나는 말씀대로 일주일에 한 번 하던 일을 잠시 접고 수필 공부를 시작했다. 그 당시 선배님은 주목받는 작가가 되셨고, 많은 사람들이 선배님의 따듯한 글을 좋아했다. 그리고 수필계에서 받는 상은 다 휩쓸어서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다.

선배님의 삶은 검소하고 알뜰하셨다. 농사를 지어 가을이면 이것저것 보내주셨는데 잘 생기고 튼실한 것만 보내 주셨다. 언젠가 댁에 가보니 손가락 굵기 고구마를 쪄서 식탁 위에 놓인 것을 나는 보았다. 쪼그만 마늘 한쪽. 파뿌리 하나 버리지 않으셨다. 그릇도 누렇게 변한 플라스틱을 그냥 쓰셨다.

 “나는 버리는 걸 못해요” 웃으시며 하신 말씀이다

그분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지 어언 40년, 나로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선배님의  사랑을 먹고 아우님은 교육장, 나는 졸필이지만 수필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늘 감사하며 거룩하게 사신 선배님의 삶, 부족한 필력이지만 글로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선배님은 하나님 말씀을 몸소 행하신 작은 예수님이시다.

2020년 올해 '깊은 골짝 옹달샘'에 연재했던 글이 '바오르의 딸' 출판사에서 채택이 되어 <미루지 않는 사랑> 이 출간되었다. 주님께서도 인정해 주신 글이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이 특별한 딸에게 복을 흔들어 주셨다.

'평화의 싹이 돋는 사랑의 숲으로 오십시오!

성경의 깊은 골짜기에서 내는 소리와 울림을 듣고 , 주님의 말씀을 눈으로 읽지 않고 마음으로 읽어 내는 이 분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 한자리에 평화의 싹이 돋는 사랑의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 도종환 시인의 추천 글이다 -

책을 받아 들고 " 주님, 내 잔이 넘치나이다." 하늘 아버지께 감사드렸다고 눈시울을 붉히셨다. 나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요즘 그런대로 강건하셔서 참 고맙고 감사하다. 

사십 년의 긴 시간 "소중하고 귀한 인연을 주신 주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진심으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이제 우리 셋은 다 주님 딸이 되었다.

 

 

 

 

 

 

    백야리 수목원에서
2020년 10월호 ㆍ한국수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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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감사 일기

수필[Essay] 2020. 3. 31. 21:15



 

내가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쯤이다 .
그 유명한 앵커 오프라 윈프리, 그녀가 쓴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이란 책을 읽고 나서다.

사생아로 태어나 성적학대를 받았던 소녀시절, 임신 , 마약 으로 찌들었던 그녀가 하나님을 만나 새 사람이 되어 오늘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가 내 마을을 잡고 있었다.
특별하게 내 눈에 들어 오는 대목은 날마다 쓴 감사 일기었다 .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도 감사, 수다를 떤 일에도 감사,

햇볕을 받으며 벤치에 앉아 차가운 멜론을
먹는 것도 감사, 하루를 보내며 늘 감사할 일을 찾았고

그러면 어김없이 감사할 일이 나타났다고 했다 .

나는 하루를 마감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맙고 감사한 일을 떠 올려 보았다.

그런데 생각외로 많았다 . 면역체계가 무너져 고생하는 나를 염려하는 딸애들과 가족들,

내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진정으로 다가 올때는 고맙기 그지없다 .
나를 위해 중보기도를 해주시는 지역장님, 그리고 구역장님,

음식 솜씨가 좋아 콩죽 . 동치미, 포도즙까지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파트 일층에 살고 있는데 집을 비운 사이 경비 아제씨가 택배며 우편믈을

잘 두었다 전해 준다. 어쩌다 무거운 듯한 물건을 들고 오면 내 손에서 받아

현관 앞에 놓아 준다. 참 감사하다.

평범한 일상속에는 소소한 감사가 숨어 있었다.
가끔 일기장을 펼쳐보면 모두가 감사로 도배가 되어 있다 .
주님을 영접한지 칠년, 요즘은 뒤돌아 보면 모두가 주님 은혜임을 느낀다 .

나도 오프라를 닮아가는 지 , 아침이면 새날 주셔서 감사,

봄이 와 꽃을 볼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 .
시원한 바람도 감사, 잘 먹게 입맛을 주셔서 또 감사 ,
모두가 감사로 다가온다 .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의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 . 시편 50장 -23절

하나님의 말씀은 토씨하나 어김이 없으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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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그분과 왈츠를

수필[Essay] 2020. 3. 27. 21:18


십일 월 초순, 편백나무 숲을지나 동산에 오른다.
시간은 정오 , 청량한 공기가 나를 감싼다 ㆍ

이곳은 주님계시는 벧엘동산이다 . 두팔을 벌려 가슴가득, 공기도. 바람도. 햇볕도 안아본다.

떡갈나무 단풍이 곱다. 구절초 , 쑥부쟁이, 청초하게 피어 동산에 오르는 길손을 맞아주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 아래 산밤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활엽수가 눈에 익고 이름모를 나무들이 어우러져 숲을 이룬다 .

아~ 이 상쾌함, 주님감사합니다.

나는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ㆍ

이곳 정상에는 금잔디가 깔려있고
긴 의자 네개가 등산객을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이곳에 오면 더 없는 평안함을 느낀다 .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주신 소중한 말씀 책,
요즘 그 말씀을 배우며 주시는 은혜와 감사로 내 가슴이 벅차다.

온 우주를 창조하셨고 만물을 주관하시는 주님, 당신 형상대로
지으신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
병든자 ㆍ슬픔속에 있는자. 환란속에 있는자 .연약한 자. 다
안아 위로해 주시고 치료해 주시는 주님,
그 큰 사랑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형언키 어려운
감동의 물결이 나를 충만케했다 .

이어폰으로 들리는 찬송이 은혜가 되어 내 마음은 둥실 둥실 하늘을 날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고 왈츠 스텝을 밟고 있었다.
쿵작작, 쿵작작., 눈을 감고 돌고 돌았다 ㆍ
순간, 키가 크신 주님이 내앞에 계셨고 나와 함께 춤을 추어 주셨다.
오 ~ 주님,
순간, 찰나의 환상이었다 .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아직 맺혀 있을때에
귀에 은은히 소리들리니
주 음성분명하다 .
주님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을
알사람이 없도다.

주님, 그저그저 감사 감사뿐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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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인생은 사랑

수필[Essay] 2020. 1. 1. 18:30

 

 



세상 죄 짊어지고 나무에 피 흘렸던 그때에
사랑이 미움을 이기고
평화는 전쟁을 이겼네
마지막 숨을 거두며
그가 남긴 한마디ㆍ
인생은 사랑 ~영원한 사랑 ~

어느 크리스천이 예수님을 찬양한 노래입니다 ㆍ
우리 죄를 대속하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 ㆍ 손 발 못 박히시고 옆구리 창 찔려 피 흘리시며 숨져가신 33년 생애. 그 짧은 세월을
오직 사랑으로 사신 예수님 ㆍ
그 분을 묵상하다 보면 감사의 눈물이 흐릅니다 ㆍ

인생은 사랑이란 것을 깨닫기까지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ㆍ

좋아서 결혼한 그가
어느날 새벽, 나와 아이들만 남기고 떠났을 때
원망할 시간도 없이 나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ㆍ

새벽별을 보며 집을 나섰던 내 젊은 날 , 바쁘다는 핑계로 안아주지 못했던 딸아이들 , 병날까 배고플까 , 그것만 신경 썼지 정작 마음 밭을 살펴주지 못한 이 못난 어미, 세월이 저만큼 간 다음에야 아쉬운 마음 절절합니다.

시가에서 내가 받아야 할 몫을 주지 않아 미워했던 사람들 , 경제가 힘들어 손을 내밀었을 때 아무도 잡아주지 않았던 형제들, 그 야속하고 서러웠던 시간들을 비로소 주님 앞에 다 내어드리고 마음 평안을 얻습니다 ㆍ
어미 생각을 따르지 않는 다고 화를 냈고, 대접받지 못해 억울해했고 , 그렇게 부질없이 보낸 시간들이 너무도 아깝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지어 놓으시고 사랑하며 살라고 주신 생명 ,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한 그 귀한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ㆍ

인간 수명 강건하면 팔십 , 구십 , 값없이 주시는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사랑하며 사랑받으며 기쁘게 살 것을 돌아보면 후회뿐입니다.

몇 해 전, 또 한 번의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내 삶을 휩쓸고 삶을 포기하려 했던 그 순간, 사망의 골짜기에서 만난 하나님 아버지,
그 아버지는 상처와 슬픔으로 얼룩진 내 인생을 따뜻하게 품어 주셨습니다 ㆍ
사랑하는 내 딸아 , 하셨을 때
저는 주님 앞에 엎드러져 펑펑 울었습니다.

지금도 살아계신 하나님 아버지, 말씀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아버지 , 슬픔 속에 있는 자 눈물을 닦아주시고 고통 속에 헤매는 자 안아 위로해 주시고 병든 자는 치료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
ㆍ내가 지었은 즉 내가 업을 것이요 내가 품고 구하여 내리라, 하신 아버지 , 그 은혜를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ㆍ
조건 없이 주시는 아버지의
사랑 속에는 오직 평안과 기쁨만 있는 것을...

사랑하는 자들아 서로 사랑하라
구구절절 사랑하며 살라는 말씀 , 이제 내게 남은 시간들을 사랑으로 채워보리라 , 다짐해 봅니다.

ㆍ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느니라 ㆍ
오늘 주시는 말씀을 묵상하며 두 손을 모읍니다 ㆍ

2019 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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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순이씨

수필[Essay] 2019. 11. 26. 13:16

콩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ㆍ양상치샐러드 ㆍ옥수수스프ㆍ 총각김치 ㆍ

식판에 있는 음식을 포크로 하나하나 손을 잡고 짚어가며 귀속 말로 일러준다 ㆍ그리고

.맛나게 먹읍시다 . 한다.

내 옆에서 식사를 하는 순이씨 부부의 풍경이다 ㆍ

순이씨는 유방암으로 네번 항암을 했다고 했다 ㆍ

삼년 전 수술을 했고 완치 단계인데 안타깝게도 눈이 많이 흐려졌다고 했다.

순이씨 신랑은 자상하게도 모든 것을 보살핀다 ㆍ

운동하는 것. 동산에 오르는 것 ㆍ 산책하는 것. 옆에서 봐도 살갑기 그지없다 ㆍ늘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보살핀다 .

순이씨는 오십대 후반인데 참한 인상이다 ㆍ경상도 사투리로 잘웃고 이야기도 잘하고 밝은 사람이다 ㆍ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도 즐거워진다 ㆍ

저녁을 먹고나니 초삼일 초생달이 별과함께 동산위에서

얼굴을 내민다 ㆍ.가을하늘에 노을이 지자 금세 떠 올랐다 ㆍ

신랑은 아내 손을잡고 밤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ㆍ달은 흐미하게 보인단다 ㆍ

이년 전 만해도 이 아름다운 경치가 다 눈에 들어 왔을것이다

달을보고 별을보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그들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ㆍ아내를 위해 황토집을 지었단다 .

마당에는 데크를 짯고 또한 편안한 의자를 놓아 그곳에서 말씀도 듣고 찬송도 부른다고 했다 .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오랫만에 본다 . 늘 손을 잡고 대화하며 웃는다

 

시력이 좀 약해졌지만 따듯한 사랑이 오고간다 . 그리고아주 편안해 보인다 주님주시는 평안이리라 ㆍ

그 부부가 이곳 수양원 일정을 마치고 오늘 집으로 돌아갔다.

 

."잘가요 ㆍ주님사랑으로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ㆍ건강하세요 기도드릴게요. "우리는 작별인사를 했고

나는 하늘 아버지께 기도를드렸다 ㆍ사랑이신 주님. 이들 부부 한량없는 축복을 내려 주옵소서 ㆍ

2019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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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금천 문학이 탄생한 지 16년이다. 첫발을 떼었던 아기가 열여섯 살, 이제 빛나는 청춘이 되었다. 열여섯 해전, 금천구 관내에 사는 시인, 소설가, 수필가, 글쟁이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이 모임을 주선했던 초대 회장님은 정성으로 글 밭을 가꾸셨다. 그 사랑이 오늘을 있게 했고, 단단하게 커가는 금천 문학을 남기고 안타깝게도 오 년 전 지병으로 타계하셨다. 그분은 무엇보다도 구민과 함께하는 문학지이길 바라셨다. 한 줄 시를 읽으며 삭막한 세상을 잠시라도 잊고 새 마음을 품기 바라셨고, 수필 한 편을 읽으며 가슴에 청량한 바람이 불기를 바라셨다.

   오늘의 <금천 문학> 은 일명 ‘한국 문인협회 금천지부’다. 초대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해마다 회원들의 신작으로 발간되며, 올해에는 15집을 낸다. 봄이면 시낭송회, 가을은 문학기행, 매달 세 번째 금요일은 모임을 갖는다. 그리하여 문단의 소식과 신간 소식 등, 정담을 나눈다.

   나를 포함해서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문우들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시를 노래하는 사람, 본인의 성찰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글, 수필을 쓰는 사람, 그림과 시를 문인화로 표현하는 화가 시인, 그리고 소설, 저마다의 사명감을 가지고 각 분야에서 문학박사로, 평론가로, 화가 시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독자란 반드시 눈앞에 서서 손뼉을 치는 사람만이 아니다. 몇 권 안 되는 책꽂이에서 종종 나를 뽑아 거듭 읽어주는 사람, 중년의 가장 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존재를 믿기에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다.

   금천구민이 된 지 수십 년이다. 아이들은 결혼과 함께 내 곁을 떠났고 이제 이곳은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농사를 지으시던 내 아버지는 늘 책을 읽으셨다. 그 영향으로 나는 책을 가까이 했고, 십여 년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줄 곳 책을 읽었다. 그리하여 어느 해 봄, 수필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충혈된 눈을 비비며 밤새워 쓴 글이 크게 칭찬을 받았을 때, 전신으로 번지는 기쁨을 누가 모른다 하겠는가. 내 글을 감동으로 읽었다는 전화를 어느 독자로부터 받았을 때 그것은 환희와 보람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결혼했지만, 막내딸 유학 갈 때 이야기다. 미국 비자가 지금처럼 쉽지 않았다.

 “어머니가 글을 쓰십니다.”

   이 한마디에 서류도 보지 않고 통과되었다고 영사관에서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했던 막내딸, 그때가 엊그제 같다.

   구민과 함께하는 文學誌, 구민들의 메마른 감성을 다시 깨워주는 문학지를 꿈꾼다. 그리고 외국처럼 글 쓰는 사람들을 대접하는 나라, 그런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금천향기 -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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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꾀꼬리 선생님

수필[Essay] 2018. 8. 29. 10:47

 

‘꾀꼬리 선생님’ 요즘 나를 부르는 소리다.

이른 봄부터 시작한 구연동화 반에서 얻은 이름인데 들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아동연극을 하는 선생님은 자연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호칭으로 쓰겠다고 했다. 나는 언뜻 언젠가 다녀온 문학 기행에서 내 목소리가 꾀꼬리 같다고 말을 해 준 시인이 떠올랐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목소리는 아니다. 다만 음성이 조금 곱게 들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그 명칭을 써먹기로 했다. 꿈나무, 크낙새, 산세베리아, 초록, 백합, 진달래, 삼십여 명 모두 모이면 숲을 이룬다.

지난해 얻은 첫 손자를 안고 그림책을 뒤적이다 나는 문득 어머님 생각을 했다. 지금의 내 모습처럼 우리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옛날이야기를 조근 조근 해주셨던 시어머님, 성인이 된 딸들은 그 할머니를 그리움으로 기억한다. 나도 손자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주는 구연동화(口演童話)다. 인터넷으로 이곳저곳 찾아보니 마침 55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이야기회원을 뽑는 곳이 있었다. 봉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일은 내 생활에 활기를 줄 것이고 자원봉사라는 말이 낯설기만 한 나에게 좋은 기회라 생각되었다.

오십여 년 만에 어깨동무를 하고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노래하며 술래잡기를 하는가 하면, 둥그렇게 둘러앉아 수건돌리기, 빙글빙글 돌다가 의자 뺏기, 편을 갈라 하는 고무줄놀이, 선생님은 우리들의 먼 기억 속에서 동심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같은 뜻을 가지고 만난 사람들은 금세 친구가 되었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 그야말로 폭염 속을 뚫고 다녔다. 그리고 꼬맹이들이 들으면 재미있어할 이야기를 찾느라 고심을 했다. 지혜와 용기가 담긴 이야기,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이야기, 착한 마음씨 덕에 복을 받는 이야기 등, 백여 편을 섭렵했다. 그중에 우리 팀이 선택한 것은 ‘혹부리영감’이다. 소고(小鼓)에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얼굴을 그려 넣고 주먹만 한 혹을 달았다. 그 혹은 스펀지를 깎아 살구색으로 색칠을 하니 모양이 제법 흡사했다.

이야기는 줄거리로 뼈대를 세우고 이런저런 객담을 섞어 살을 붙이는데, 그때그때 표현이 조금 달라도 용서가 되었다. 일테면 ‘그랬대’ 아니면 ‘그랬지 뭐야’ 할머니가 어린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식이다. 혹부리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어험’ 하는 헛기침부터 해주고 목울대를 눌러 갈라진 목소리를 내준다. ‘으르릉 쾅쾅’ 천둥과 번개가 치는 장면은 동작도 효과음도 커야 한다.

대본을 손에 들고 안개가 걷히는 아침 산을 오른다. 인적이 드문 숲 속에서 마치 연극배우나 된 것처럼 연습을 했다. 봄과 여름을 보내고 초가을로 접어들 무렵 수료증을 받았다. 처음 공연이 있던 날은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였다.

“어린이 여러분, 오늘은 ‘혹부리 영감님’ 이야기를 해줄 거예요”

“네-에”

목청이 터져라 대답을 한다.

50여 명이나 되는 꼬맹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얼굴에 반짝이는 눈을 보니 정말 순수함 그 자체다. 혹을 떼는 장면에서는 까르르 웃기도 하고 도깨비가 출현했을 때는 눈이 커지면서 점점 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모든 만물(萬物)의 새싹은 이리도 어여쁜 것인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대하고 보니 귀여운 얼굴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다.

주기적으로 아동 요양병원을 찾아 봉사하는 문우(文友)가 있었다. 이번에는 함께 가서 공연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우리는 흔쾌히 승낙을 했고 두 팀이 참여하기로 하였다.

청정한 가을, 오늘은 약속한 대로 요양원이 있는 강화로 가는 길이다. 하늘은 높고 들판은 황금색으로 일렁인다. 둑길을 따라 하얗게 핀 억새가 반갑다고 손짓한다. 도착한 시간은 오전 열한 시, 고즈넉한 시골 풍경 속에 아담하게 지어진 이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당 한쪽에는 이르게 봉사를 온 여고생들이 말간 햇볕 아래 빨래를 널고 있었다. 입원해 있는 아이들은 칠십여 명이라고 했다. 휠체어를 탄 어린이도 보이고 목발을 짚은 아이도 있다. 우리는 이 층에 있는 넓은 강당에서 공연을 했다.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손뼉을 치고 있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얹히는 듯 무거웠다. 곧 점심시간이 되었고 아이들 식사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 나는 십 개월 된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버섯이랑 여러 가지 채소가 섞인 영양 죽을 먹이고 있는데, 뜻밖에도 삼키는 것을 힘들어했다. 유전적인 문제일까 부모의 잘못일까 어린 생명이 너무나 가여웠다.

얼굴은 활짝 피어서 꽃송이처럼 예쁜데 걷지를 못하는 소녀, 아예 앉는 것도 어려워 누워있는 처녀도 있다. 정말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우리를 인솔한 문우를 그들은 엄마라 불렀다. 아이를 안아 주는 것도 자연스럽고 놀아주는 것도 설지 않다. 한 아이는 가끔 집으로 데려가 가족과 함께 지내기도 한단다. 또한, 이곳에는 지속해서 봉사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같은 또래의 장애아를 친구로 삼아 산책을 하는 남학생이 있는가 하면, 종이접기를 함께하는 여학생도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안도(安堵)의 마음이 생긴다.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들, 더불어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오곡이 익어가는 가을, 오늘의 행보는 놀라움과 감동을 주었다. 석양을 뒤로하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이렇다 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는 이 자리가 부끄럽고, 주름살 생긴다고 끌탕을 했던 자신이 또 부끄럽다.

“꾀꼬리 선생님, 안녕,”

“잘 있어, 재미난 이야기 가지고 또 올게”

왜소증에 유난히 몸집이 작은 사내아이를 나는 가슴에 꼭 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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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2학년 딸아이는 작품하나를 손에 들고 왔다.

   찰흙으로 만든 작품인데 연잎 위에 청개구리가 얌전히 앉아있었다. 어찌나 정교한지, 우리 부부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거기다 물감으로 색칠까지 해서 더욱 실감이 났다.

  “우리 혜경이 솜씨가 비상하구나.”

   애들 아빠가 한 말이다. 그리고 그는 무슨 운명인지 그 이듬해 겨울, 심장마비로 가족을 두고 떠났다.

   큰딸은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 만들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학교에서 열리는 미술대회, 기관이나 道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서 어김없이 상장을 들고 왔다. 결국 미대를 선택했고 조각을 전공했다.

  ‘mbc구상 조각전’대학교에서 열리는 미술전,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조각전에서 많은 상패를 받았다. 배경도 없고 경제도 어렵고 미안하게도 대학만 졸업시켰을 뿐, 어미로서 해준 것이 별로 없다. 홀로 그 길을 걸어 간지 삼십 여년, 이제는 곳곳에 큰애 작품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빠가 잠들어있는 고향땅 음성, 이곳에 2m 가 넘는 큰애 작품 품바, 품순이가 설치되었다. 지난 4월에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장소는 음성군 ‘품바재생예술체험촌’이다.

  오랜만에 나는 고향 땅을 밟았다. 테마로 조성된 이곳은 볼거리가 많았다. 원남저수지를 품고 있는 테마공원은 경치가 빼어났다. 우선 딸 작품 앞에 서고 보니 그 옛날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나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작품이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동그란 얼굴에 이빨을 드러내고 활짝 웃는 품바, 품순이 모습이 다정하고 정겹다.

  “한 세상을 살며 늘 저렇게 웃을 수 있음 참 좋겠네.”

   함께한 고종 동생의 말이다. 많은 세월이 가버렸지만, 이곳에 잠들어 있는 그도 분명 보고 있으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음성 품바축제의 근간은 거지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의 삶이란다.

   오늘날 오웅진 신부로 하여금‘꽃동네’ 설립의 단초(端初)를 마련한 그는 자신도 장애를 가진 몸으로 금왕읍 무극리 일대 동네를 돌며 밥을 얻어다가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걸인들을 먹여 살린 장본인이다. 이런 이유로 그의 삶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사랑의 성자로 평가받고 있고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취지에 걸맞게 2000년 음성 예총에서는 새천년을 맞아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본받아 이어가고자 품바축제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한다.

   해마다 오월이면 열리는 이곳 품바 행사는 한마당축제 분위기다. 때마침 행사 시작되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열심히 일하고 지친 심신과 끼를 걸판지게 풀어내는 한바탕 놀이마당, 엿치기, 비빔밥 나누기, 60 70 추억의 거리, 길놀이 퍼레이드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품바 타령은 풍자와 해학이 있어 보는 사람마다 신명과 웃음이 넘치는 공연이다. 수많은 관객이 객석을 메웠고 외국인도 보인다. 올해 문화체육부 관광부 유망 축제로 선정되었다고 하니 그것도 기쁜 일이다.

   현대는 물질 만능으로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 빈곤에 허덕이고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 이러한 사회의 병폐는 바로 “사랑과 나눔으로 치유시켜야 한다.” 는 명제를 걸고 해학과 풍자로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체험하여 오랜 민족의 한을 사랑으로 승화시키고자 음성품바축제가 탄생하게 된 취지라 하는데, 내가 태어나 자라고 내 딸들이 태어난 고향 땅 음성, 매년 열리는 품바 축제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나는 기뻤다. 찰흙으로 빚은 연잎과 개구리를 보고 우리 내외가 놀랐듯, 내 키를 훌쩍 넘는 품바, 품순이 작품 앞에서 나는 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주님, 솜씨 주심에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2018년 '한국수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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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봄

수필[Essay] 2018. 5. 4. 12:11

  

   아 ~ 아 ~

   돌을 막 지난 손녀가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온다.

   이 봄을 맞아 걸음마를 막 떼고 처음으로 걷는 세상, 처음으로 느끼고 보는 세상의 모든 것들, 신비로워서일까? 연신 방글방글 웃으며 내 품에 안긴다.

  우리 사랑이가 보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파란 하늘, 연초록 잎, 갖가지 예쁜 꽃들, 아마도 모든 것이 신기하고 신비할 것이다.

  손녀딸 사랑이와 나는 칠십 년 이상 차이가 나는 띠동갑이다.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막내가 어느 날, 신랑감을 데리고 왔는데 체격도 듬직하고 인상이 낮설지 않았다. 서둘러 혼인을 하고 나니 주님은 우리 집에 사랑이를 선물로 주셨다. 얼마 만에 안아 보는 아기인지 감회가 새롭다.

   삶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 젊은 날 우리 집을 휘돌아 치고 간 그 엄청나던 회오리바람이 또다시 나를 향해 거센 바람으로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세상과의 인연을 끝내도 좋았다. 그리고 새벽이 오는 것이 야속하고 또 야속했다. 그때 동생은 하나님 말씀이 담긴 성경책 한 권을 내 손에 쥐여주었다.

  주님을 영접한 지 사년, 세상을 왜 만드셨는지, 당신 형상대로 왜 사람을 지으셨는지, 말씀 공부를 하며 나는 비로소 그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주님,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며 거두어 가시는 분도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았고‘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아침에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안개니라’하신 말씀도 이해가 되었다.

  꽃 중의 꽃은 사람 꽃이라 했던가, 옹알이하는 것, 천사처럼 웃는 얼굴, 오물오물 밥을 받아먹는 모습, 모두가 사랑스럽다. 요 며칠 사이 말문이 틔어 나를 할미라 부른다. 그리고 이 할미 볼에 뽀뽀도 해주는 사랑이, 나날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삶의 모든 시름이 단박에 사라지는 것 같다.

  화사하고 찬란한 이 봄, 앞뜰 화단에 라일락이 지고 나니 작약이 핀다.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에게 주신 주님, 말씀대로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새롭게 주신 은혜 속에서 우리 사랑이와 맞는 이 봄이 마냥 기쁘고 감사하다. 그리고 피천득 선생님의 ‘오월’ 시구를 생각하며 나는 입속으로 읊조려본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손녀딸 사랑이와 봄 속에 있다.’

 

                                           2018년  5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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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네

수필[Essay] 2018. 4. 5. 10:15

 

 

봄볕이 눈부시다.

꽃 재배 단지를 찾아 몇 가지 화초를 안고 왔다. 수선화, 한련화, 제라늄, 그리고 풍란, 그런데 수선화가 며칠 사이 꽃술을 열었다. 뾰족이 입술을 내밀더니 노란 꽃송이가 활짝 피었다. 앞에 놓고 자세히 살펴보니 어찌 이리도 고운지 새삼 놀랐다.

햇살도 예쁘고 올해부터는 나도 화초를 키워보고 싶었다. 젊은 시절은 일하느라 꽃과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두서너 가지는 베란다에서 길러 보았는데, 사랑이 부족했는지 한번 꽃을 피우고 나면 시들시들 말라 죽고는 했다. 늘 미안했다. 그래서 올해는 키우는 법을 좀 배워보기로 했다.

우선 몇 가지 상식을 메모해서 왔다. 첫째는 물주기인데 물을 자주 주어도 뿌리가 썩는다고 했다. 물을 준 날을 달력에다 메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겉흙이 마르면 주라는데 흠씬 주란다. 찔끔찔끔 주는 것은 독이라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하고 수시로 물을 주었던 것이 원인 이었구나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물을 좋아하는 화초가 있고 물을 싫어하는 종류도 있단다. 사계절 관리가 다르고 화초의 성질에 따라 또 다르다고 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만만치가 않다. 하긴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꽃밭 가꾸기’라는 책을 빌려왔다. 꽃을 키우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도 건강해진다고 이해를 돕고 있고 베란다에서는 일년초도 다년초로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산소를 뿜어내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꽃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감성이 자란다고 했는데 전문가 아니어도 수긍이 되었다. 베란다에서 키울 때는 동서남북 우리 집 베란다 방향을 알아야 하고 일조량과 기온체크를 해야 한단다. 한여름 땡볕은 채광을 해주어야 하고 통풍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신선한 공기가 들고나야 식물의 과한 습도와 병충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을 해 놓았다. 분갈이, 거름주기, 가지치기, 겨울 채비, 관심과 사랑으로 꼼꼼하게 돌보라 했다. 알아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종류에 따라 화초들의 성질을 잘 설명해 놓았는데, 풍성한 꽃을 보고 싶다면 쌀뜨물에 흑설탕과 소금을 약간 섞어 일주일 발효시킨 후, 물 500배로 희석해서 그 물을 주면 고운 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뜨물에는 무기질과 미네랄이 풍부하단다. 그리고 달걀껍데기는 토양개선과 칼슘을 보충해 주는데, 만드는 방법이 간단했다. 껍질 속 하얀 막을 제거하고 햇빛에 충분히 말린 다음, 잘게 부숴 화분 흙에 섞어주면 산성화된 흙이 중화된다고 한다. 이 두 가지 천연비료는 과정이 간단해서 초보인 나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애들아, 잘 잤니?”

아침이면 꽃에 인사를 한다는 친구가 있었다. 그 집은 사계절 언제나 예쁜 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꽃을 보면 행복하다고 고운 웃음을 지었다. 지지 난해 아들 따라 지방으로 이사를 하였지만 지금도 꽃과 살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사월의 아침 공기가 청량하다. 오늘은 주홍색 한련화가 화려하게 인사를 한다.

때를 따라 단비 주시고 거름 주지 않아도 피어나는 들녘의 백합화, 돌보시는 주님 은혜를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서툴지만 이제라도 정성을 다해 키워보고 싶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나도 들어보고 싶다.

 

 

 

                             한국수필-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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