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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26 순이씨 by 물오리
  2. 2018.09.02 금천 문학의 글 밭 향기 - 새싹이 어른이 되다 - by 물오리 6
  3. 2018.08.29 꾀꼬리 선생님 by 물오리 2
  4. 2018.06.07 연잎 위에 청개구리 --- - 품바, 품순이 - by 물오리 5
  5. 2018.05.04 봄 봄 봄 by 물오리 4
  6. 2018.04.05 꽃이 피네 by 물오리
  7. 2018.03.05 홍콩여행 - 우리나라 좋은 나라 - by 물오리
  8. 2017.04.27 꽃길 따라 페달을 밟는다. by 물오리 5
  9. 2017.04.22 카페 플로라 by 물오리
  10. 2017.04.16 사랑한다는 말 by 물오리

순이씨

수필[Essay] 2019. 11. 26. 13:16

콩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ㆍ양상치샐러드 ㆍ옥수수스프ㆍ 총각김치 ㆍ

식판에 있는 음식을 포크로 하나하나 손을 잡고 짚어가며 귀속 말로 일러준다 ㆍ그리고

.맛나게 먹읍시다 . 한다.

내 옆에서 식사를 하는 순이씨 부부의 풍경이다 ㆍ

순이씨는 유방암으로 네번 항암을 했다고 했다 ㆍ

삼년 전 수술을 했고 완치 단계인데 안타깝게도 눈이 많이 흐려졌다고 했다.

순이씨 신랑은 자상하게도 모든 것을 보살핀다 ㆍ

운동하는 것. 동산에 오르는 것 ㆍ 산책하는 것. 옆에서 봐도 살갑기 그지없다 ㆍ늘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보살핀다 .

순이씨는 오십대 후반인데 참한 인상이다 ㆍ경상도 사투리로 잘웃고 이야기도 잘하고 밝은 사람이다 ㆍ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도 즐거워진다 ㆍ

저녁을 먹고나니 초삼일 초생달이 별과함께 동산위에서

얼굴을 내민다 ㆍ.가을하늘에 노을이 지자 금세 떠 올랐다 ㆍ

신랑은 아내 손을잡고 밤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ㆍ달은 흐미하게 보인단다 ㆍ

이년 전 만해도 이 아름다운 경치가 다 눈에 들어 왔을것이다

달을보고 별을보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그들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ㆍ아내를 위해 황토집을 지었단다 .

마당에는 데크를 짯고 또한 편안한 의자를 놓아 그곳에서 말씀도 듣고 찬송도 부른다고 했다 .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오랫만에 본다 . 늘 손을 잡고 대화하며 웃는다

 

시력이 좀 약해졌지만 따듯한 사랑이 오고간다 . 그리고아주 편안해 보인다 주님주시는 평안이리라 ㆍ

그 부부가 이곳 수양원 일정을 마치고 오늘 집으로 돌아갔다.

 

."잘가요 ㆍ주님사랑으로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ㆍ건강하세요 기도드릴게요. "우리는 작별인사를 했고

나는 하늘 아버지께 기도를드렸다 ㆍ사랑이신 주님. 이들 부부 한량없는 축복을 내려 주옵소서 ㆍ

2019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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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금천 문학이 탄생한 지 16년이다. 첫발을 떼었던 아기가 열여섯 살, 이제 빛나는 청춘이 되었다. 열여섯 해전, 금천구 관내에 사는 시인, 소설가, 수필가, 글쟁이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이 모임을 주선했던 초대 회장님은 정성으로 글 밭을 가꾸셨다. 그 사랑이 오늘을 있게 했고, 단단하게 커가는 금천 문학을 남기고 안타깝게도 오 년 전 지병으로 타계하셨다. 그분은 무엇보다도 구민과 함께하는 문학지이길 바라셨다. 한 줄 시를 읽으며 삭막한 세상을 잠시라도 잊고 새 마음을 품기 바라셨고, 수필 한 편을 읽으며 가슴에 청량한 바람이 불기를 바라셨다.

   오늘의 <금천 문학> 은 일명 ‘한국 문인협회 금천지부’다. 초대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해마다 회원들의 신작으로 발간되며, 올해에는 15집을 낸다. 봄이면 시낭송회, 가을은 문학기행, 매달 세 번째 금요일은 모임을 갖는다. 그리하여 문단의 소식과 신간 소식 등, 정담을 나눈다.

   나를 포함해서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문우들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시를 노래하는 사람, 본인의 성찰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글, 수필을 쓰는 사람, 그림과 시를 문인화로 표현하는 화가 시인, 그리고 소설, 저마다의 사명감을 가지고 각 분야에서 문학박사로, 평론가로, 화가 시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독자란 반드시 눈앞에 서서 손뼉을 치는 사람만이 아니다. 몇 권 안 되는 책꽂이에서 종종 나를 뽑아 거듭 읽어주는 사람, 중년의 가장 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존재를 믿기에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다.

   금천구민이 된 지 수십 년이다. 아이들은 결혼과 함께 내 곁을 떠났고 이제 이곳은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농사를 지으시던 내 아버지는 늘 책을 읽으셨다. 그 영향으로 나는 책을 가까이 했고, 십여 년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줄 곳 책을 읽었다. 그리하여 어느 해 봄, 수필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충혈된 눈을 비비며 밤새워 쓴 글이 크게 칭찬을 받았을 때, 전신으로 번지는 기쁨을 누가 모른다 하겠는가. 내 글을 감동으로 읽었다는 전화를 어느 독자로부터 받았을 때 그것은 환희와 보람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결혼했지만, 막내딸 유학 갈 때 이야기다. 미국 비자가 지금처럼 쉽지 않았다.

 “어머니가 글을 쓰십니다.”

   이 한마디에 서류도 보지 않고 통과되었다고 영사관에서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했던 막내딸, 그때가 엊그제 같다.

   구민과 함께하는 文學誌, 구민들의 메마른 감성을 다시 깨워주는 문학지를 꿈꾼다. 그리고 외국처럼 글 쓰는 사람들을 대접하는 나라, 그런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금천향기 -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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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꾀꼬리 선생님

수필[Essay] 2018. 8. 29. 10:47

 

‘꾀꼬리 선생님’ 요즘 나를 부르는 소리다.

이른 봄부터 시작한 구연동화 반에서 얻은 이름인데 들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아동연극을 하는 선생님은 자연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호칭으로 쓰겠다고 했다. 나는 언뜻 언젠가 다녀온 문학 기행에서 내 목소리가 꾀꼬리 같다고 말을 해 준 시인이 떠올랐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목소리는 아니다. 다만 음성이 조금 곱게 들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그 명칭을 써먹기로 했다. 꿈나무, 크낙새, 산세베리아, 초록, 백합, 진달래, 삼십여 명 모두 모이면 숲을 이룬다.

지난해 얻은 첫 손자를 안고 그림책을 뒤적이다 나는 문득 어머님 생각을 했다. 지금의 내 모습처럼 우리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옛날이야기를 조근 조근 해주셨던 시어머님, 성인이 된 딸들은 그 할머니를 그리움으로 기억한다. 나도 손자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주는 구연동화(口演童話)다. 인터넷으로 이곳저곳 찾아보니 마침 55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이야기회원을 뽑는 곳이 있었다. 봉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일은 내 생활에 활기를 줄 것이고 자원봉사라는 말이 낯설기만 한 나에게 좋은 기회라 생각되었다.

오십여 년 만에 어깨동무를 하고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노래하며 술래잡기를 하는가 하면, 둥그렇게 둘러앉아 수건돌리기, 빙글빙글 돌다가 의자 뺏기, 편을 갈라 하는 고무줄놀이, 선생님은 우리들의 먼 기억 속에서 동심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같은 뜻을 가지고 만난 사람들은 금세 친구가 되었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 그야말로 폭염 속을 뚫고 다녔다. 그리고 꼬맹이들이 들으면 재미있어할 이야기를 찾느라 고심을 했다. 지혜와 용기가 담긴 이야기,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이야기, 착한 마음씨 덕에 복을 받는 이야기 등, 백여 편을 섭렵했다. 그중에 우리 팀이 선택한 것은 ‘혹부리영감’이다. 소고(小鼓)에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얼굴을 그려 넣고 주먹만 한 혹을 달았다. 그 혹은 스펀지를 깎아 살구색으로 색칠을 하니 모양이 제법 흡사했다.

이야기는 줄거리로 뼈대를 세우고 이런저런 객담을 섞어 살을 붙이는데, 그때그때 표현이 조금 달라도 용서가 되었다. 일테면 ‘그랬대’ 아니면 ‘그랬지 뭐야’ 할머니가 어린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식이다. 혹부리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어험’ 하는 헛기침부터 해주고 목울대를 눌러 갈라진 목소리를 내준다. ‘으르릉 쾅쾅’ 천둥과 번개가 치는 장면은 동작도 효과음도 커야 한다.

대본을 손에 들고 안개가 걷히는 아침 산을 오른다. 인적이 드문 숲 속에서 마치 연극배우나 된 것처럼 연습을 했다. 봄과 여름을 보내고 초가을로 접어들 무렵 수료증을 받았다. 처음 공연이 있던 날은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였다.

“어린이 여러분, 오늘은 ‘혹부리 영감님’ 이야기를 해줄 거예요”

“네-에”

목청이 터져라 대답을 한다.

50여 명이나 되는 꼬맹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얼굴에 반짝이는 눈을 보니 정말 순수함 그 자체다. 혹을 떼는 장면에서는 까르르 웃기도 하고 도깨비가 출현했을 때는 눈이 커지면서 점점 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모든 만물(萬物)의 새싹은 이리도 어여쁜 것인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대하고 보니 귀여운 얼굴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다.

주기적으로 아동 요양병원을 찾아 봉사하는 문우(文友)가 있었다. 이번에는 함께 가서 공연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우리는 흔쾌히 승낙을 했고 두 팀이 참여하기로 하였다.

청정한 가을, 오늘은 약속한 대로 요양원이 있는 강화로 가는 길이다. 하늘은 높고 들판은 황금색으로 일렁인다. 둑길을 따라 하얗게 핀 억새가 반갑다고 손짓한다. 도착한 시간은 오전 열한 시, 고즈넉한 시골 풍경 속에 아담하게 지어진 이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당 한쪽에는 이르게 봉사를 온 여고생들이 말간 햇볕 아래 빨래를 널고 있었다. 입원해 있는 아이들은 칠십여 명이라고 했다. 휠체어를 탄 어린이도 보이고 목발을 짚은 아이도 있다. 우리는 이 층에 있는 넓은 강당에서 공연을 했다.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손뼉을 치고 있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얹히는 듯 무거웠다. 곧 점심시간이 되었고 아이들 식사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 나는 십 개월 된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버섯이랑 여러 가지 채소가 섞인 영양 죽을 먹이고 있는데, 뜻밖에도 삼키는 것을 힘들어했다. 유전적인 문제일까 부모의 잘못일까 어린 생명이 너무나 가여웠다.

얼굴은 활짝 피어서 꽃송이처럼 예쁜데 걷지를 못하는 소녀, 아예 앉는 것도 어려워 누워있는 처녀도 있다. 정말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우리를 인솔한 문우를 그들은 엄마라 불렀다. 아이를 안아 주는 것도 자연스럽고 놀아주는 것도 설지 않다. 한 아이는 가끔 집으로 데려가 가족과 함께 지내기도 한단다. 또한, 이곳에는 지속해서 봉사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같은 또래의 장애아를 친구로 삼아 산책을 하는 남학생이 있는가 하면, 종이접기를 함께하는 여학생도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안도(安堵)의 마음이 생긴다.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들, 더불어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오곡이 익어가는 가을, 오늘의 행보는 놀라움과 감동을 주었다. 석양을 뒤로하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이렇다 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는 이 자리가 부끄럽고, 주름살 생긴다고 끌탕을 했던 자신이 또 부끄럽다.

“꾀꼬리 선생님, 안녕,”

“잘 있어, 재미난 이야기 가지고 또 올게”

왜소증에 유난히 몸집이 작은 사내아이를 나는 가슴에 꼭 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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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초등 2학년 딸아이는 작품하나를 손에 들고 왔다.

   찰흙으로 만든 작품인데 연잎 위에 청개구리가 얌전히 앉아있었다. 어찌나 정교한지, 우리 부부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거기다 물감으로 색칠까지 해서 더욱 실감이 났다.

  “우리 혜경이 솜씨가 비상하구나.”

   애들 아빠가 한 말이다. 그리고 그는 무슨 운명인지 그 이듬해 겨울, 심장마비로 가족을 두고 떠났다.

   큰딸은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 만들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학교에서 열리는 미술대회, 기관이나 道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서 어김없이 상장을 들고 왔다. 결국 미대를 선택했고 조각을 전공했다.

  ‘mbc구상 조각전’대학교에서 열리는 미술전,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조각전에서 많은 상패를 받았다. 배경도 없고 경제도 어렵고 미안하게도 대학만 졸업시켰을 뿐, 어미로서 해준 것이 별로 없다. 홀로 그 길을 걸어 간지 삼십 여년, 이제는 곳곳에 큰애 작품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빠가 잠들어있는 고향땅 음성, 이곳에 2m 가 넘는 큰애 작품 품바, 품순이가 설치되었다. 지난 4월에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장소는 음성군 ‘품바재생예술체험촌’이다.

  오랜만에 나는 고향 땅을 밟았다. 테마로 조성된 이곳은 볼거리가 많았다. 원남저수지를 품고 있는 테마공원은 경치가 빼어났다. 우선 딸 작품 앞에 서고 보니 그 옛날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나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작품이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동그란 얼굴에 이빨을 드러내고 활짝 웃는 품바, 품순이 모습이 다정하고 정겹다.

  “한 세상을 살며 늘 저렇게 웃을 수 있음 참 좋겠네.”

   함께한 고종 동생의 말이다. 많은 세월이 가버렸지만, 이곳에 잠들어 있는 그도 분명 보고 있으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음성 품바축제의 근간은 거지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의 삶이란다.

   오늘날 오웅진 신부로 하여금‘꽃동네’ 설립의 단초(端初)를 마련한 그는 자신도 장애를 가진 몸으로 금왕읍 무극리 일대 동네를 돌며 밥을 얻어다가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걸인들을 먹여 살린 장본인이다. 이런 이유로 그의 삶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사랑의 성자로 평가받고 있고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취지에 걸맞게 2000년 음성 예총에서는 새천년을 맞아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본받아 이어가고자 품바축제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한다.

   해마다 오월이면 열리는 이곳 품바 행사는 한마당축제 분위기다. 때마침 행사 시작되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열심히 일하고 지친 심신과 끼를 걸판지게 풀어내는 한바탕 놀이마당, 엿치기, 비빔밥 나누기, 60 70 추억의 거리, 길놀이 퍼레이드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품바 타령은 풍자와 해학이 있어 보는 사람마다 신명과 웃음이 넘치는 공연이다. 수많은 관객이 객석을 메웠고 외국인도 보인다. 올해 문화체육부 관광부 유망 축제로 선정되었다고 하니 그것도 기쁜 일이다.

   현대는 물질 만능으로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 빈곤에 허덕이고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 이러한 사회의 병폐는 바로 “사랑과 나눔으로 치유시켜야 한다.” 는 명제를 걸고 해학과 풍자로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체험하여 오랜 민족의 한을 사랑으로 승화시키고자 음성품바축제가 탄생하게 된 취지라 하는데, 내가 태어나 자라고 내 딸들이 태어난 고향 땅 음성, 매년 열리는 품바 축제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나는 기뻤다. 찰흙으로 빚은 연잎과 개구리를 보고 우리 내외가 놀랐듯, 내 키를 훌쩍 넘는 품바, 품순이 작품 앞에서 나는 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주님, 솜씨 주심에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2018년 '한국수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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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봄 봄 봄

수필[Essay] 2018. 5. 4. 12:11

  

   아 ~ 아 ~

   돌을 막 지난 손녀가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온다.

   이 봄을 맞아 걸음마를 막 떼고 처음으로 걷는 세상, 처음으로 느끼고 보는 세상의 모든 것들, 신비로워서일까? 연신 방글방글 웃으며 내 품에 안긴다.

  우리 사랑이가 보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파란 하늘, 연초록 잎, 갖가지 예쁜 꽃들, 아마도 모든 것이 신기하고 신비할 것이다.

  손녀딸 사랑이와 나는 칠십 년 이상 차이가 나는 띠동갑이다.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막내가 어느 날, 신랑감을 데리고 왔는데 체격도 듬직하고 인상이 낮설지 않았다. 서둘러 혼인을 하고 나니 주님은 우리 집에 사랑이를 선물로 주셨다. 얼마 만에 안아 보는 아기인지 감회가 새롭다.

   삶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 젊은 날 우리 집을 휘돌아 치고 간 그 엄청나던 회오리바람이 또다시 나를 향해 거센 바람으로 맹렬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세상과의 인연을 끝내도 좋았다. 그리고 새벽이 오는 것이 야속하고 또 야속했다. 그때 동생은 하나님 말씀이 담긴 성경책 한 권을 내 손에 쥐여주었다.

  주님을 영접한 지 사년, 세상을 왜 만드셨는지, 당신 형상대로 왜 사람을 지으셨는지, 말씀 공부를 하며 나는 비로소 그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주님,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며 거두어 가시는 분도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았고‘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아침에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안개니라’하신 말씀도 이해가 되었다.

  꽃 중의 꽃은 사람 꽃이라 했던가, 옹알이하는 것, 천사처럼 웃는 얼굴, 오물오물 밥을 받아먹는 모습, 모두가 사랑스럽다. 요 며칠 사이 말문이 틔어 나를 할미라 부른다. 그리고 이 할미 볼에 뽀뽀도 해주는 사랑이, 나날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삶의 모든 시름이 단박에 사라지는 것 같다.

  화사하고 찬란한 이 봄, 앞뜰 화단에 라일락이 지고 나니 작약이 핀다.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에게 주신 주님, 말씀대로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새롭게 주신 은혜 속에서 우리 사랑이와 맞는 이 봄이 마냥 기쁘고 감사하다. 그리고 피천득 선생님의 ‘오월’ 시구를 생각하며 나는 입속으로 읊조려본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손녀딸 사랑이와 봄 속에 있다.’

 

                                           2018년  5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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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

꽃이 피네

수필[Essay] 2018. 4. 5. 10:15

 

 

봄볕이 눈부시다.

꽃 재배 단지를 찾아 몇 가지 화초를 안고 왔다. 수선화, 한련화, 제라늄, 그리고 풍란, 그런데 수선화가 며칠 사이 꽃술을 열었다. 뾰족이 입술을 내밀더니 노란 꽃송이가 활짝 피었다. 앞에 놓고 자세히 살펴보니 어찌 이리도 고운지 새삼 놀랐다.

햇살도 예쁘고 올해부터는 나도 화초를 키워보고 싶었다. 젊은 시절은 일하느라 꽃과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두서너 가지는 베란다에서 길러 보았는데, 사랑이 부족했는지 한번 꽃을 피우고 나면 시들시들 말라 죽고는 했다. 늘 미안했다. 그래서 올해는 키우는 법을 좀 배워보기로 했다.

우선 몇 가지 상식을 메모해서 왔다. 첫째는 물주기인데 물을 자주 주어도 뿌리가 썩는다고 했다. 물을 준 날을 달력에다 메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겉흙이 마르면 주라는데 흠씬 주란다. 찔끔찔끔 주는 것은 독이라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하고 수시로 물을 주었던 것이 원인 이었구나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물을 좋아하는 화초가 있고 물을 싫어하는 종류도 있단다. 사계절 관리가 다르고 화초의 성질에 따라 또 다르다고 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만만치가 않다. 하긴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꽃밭 가꾸기’라는 책을 빌려왔다. 꽃을 키우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도 건강해진다고 이해를 돕고 있고 베란다에서는 일년초도 다년초로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산소를 뿜어내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꽃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감성이 자란다고 했는데 전문가 아니어도 수긍이 되었다. 베란다에서 키울 때는 동서남북 우리 집 베란다 방향을 알아야 하고 일조량과 기온체크를 해야 한단다. 한여름 땡볕은 채광을 해주어야 하고 통풍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신선한 공기가 들고나야 식물의 과한 습도와 병충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을 해 놓았다. 분갈이, 거름주기, 가지치기, 겨울 채비, 관심과 사랑으로 꼼꼼하게 돌보라 했다. 알아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종류에 따라 화초들의 성질을 잘 설명해 놓았는데, 풍성한 꽃을 보고 싶다면 쌀뜨물에 흑설탕과 소금을 약간 섞어 일주일 발효시킨 후, 물 500배로 희석해서 그 물을 주면 고운 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뜨물에는 무기질과 미네랄이 풍부하단다. 그리고 달걀껍데기는 토양개선과 칼슘을 보충해 주는데, 만드는 방법이 간단했다. 껍질 속 하얀 막을 제거하고 햇빛에 충분히 말린 다음, 잘게 부숴 화분 흙에 섞어주면 산성화된 흙이 중화된다고 한다. 이 두 가지 천연비료는 과정이 간단해서 초보인 나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애들아, 잘 잤니?”

아침이면 꽃에 인사를 한다는 친구가 있었다. 그 집은 사계절 언제나 예쁜 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꽃을 보면 행복하다고 고운 웃음을 지었다. 지지 난해 아들 따라 지방으로 이사를 하였지만 지금도 꽃과 살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사월의 아침 공기가 청량하다. 오늘은 주홍색 한련화가 화려하게 인사를 한다.

때를 따라 단비 주시고 거름 주지 않아도 피어나는 들녘의 백합화, 돌보시는 주님 은혜를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서툴지만 이제라도 정성을 다해 키워보고 싶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나도 들어보고 싶다.

 

 

 

                             한국수필-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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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홍콩여행 가실래요?“

“ 홍콩? 좋지”

큰딸이 느닷없이 권했을 때 멀지도 않고 일정도 삼박사일, 크게 힘들 것 같지 않아서 나는 쾌히 승낙했다. 준비하면서 볼만한 곳과 기온을 검색해 보니 홍콩은 우리나라보다 16~20도가량 높은 초가을이다.

정유년(丁酉年) 12월 중순, 성탄절을 앞둔 요즘, 전례 없이 한반도에 한파가 몰아닥쳐 영하 12도를 넘나드는 매서운 날씨인데, 홍콩은 여행하기 딱 좋은 가을이란다. 얇은 옷 한 벌과 몇 가지 부식을 챙겨 짐을 꾸렸다.

19세기 초, 아편전쟁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된 홍콩, 그 홍콩이 백여 년 만에 중국으로 반환되었다. 그리하여 ‘홍콩특별행정구’가 설립되었고 긴 영국의 식민통치가 막을 내렸다는 소식은 매스컴을 통해 들었다. 전자, 금융, 무역이 발달하여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내가 아는 지식은 여기까지인데 그래도 기대가 되었다.

우리는 따뜻한 반코트를 입고 홍콩 가는 밤 비행기에 올랐다. 낯선 나라를 가는 설레 임에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딸과 나는 어느 곳부터 구경할까 지도를 보며 살펴보았다. 드디어 3시간 남짓,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했는데, 포근한 날씨에 입었던 외투를 벗어들었다. 반소매를 입은 사람, 패딩점퍼를 입은 사람, 긴 코트를 걸친 사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오고 간다. 짧은 시간의 비행에서 지구촌의 기온 차이가 신기했다. 현지 시각 새벽 1시, 우린 공항과 연결된 호텔로 향했다. 길목마다 곧 다가오는 성탄절 트리 장식으로 분위기가 조금 들떠 있었다.

첫날이 밝았다. 아침을 먹고 우리는 가벼운 차림으로 관광을 나섰다. 거리풍경은 중국인과 외국인, 각종 인종(人種)들의 공존이라고 할까, 이층버스가 다니고 사람들은 분주하게 거리를 누빈다. 나는 먼저 란타우섬 서쪽에 있는 '옹 핑 빌리지'를 구경하기로 했다. 시내를 감상하며 낯선 사람들과 버스를 함께 탔다. 케이블카 터미널에서 승차권을 받아 들고 6km 나 되는 하늘길을 천천히 올랐다. 산과 바다, 그리고 해변을 따라 우뚝 선 높은 빌딩들, 란타우섬의 거대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저곳 사방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30분 걸려 정상에 도착했는데, 눈에 띄는 것은 안개 속에서 드러나는 34m 높이의 청동 좌불상이다. 큰 것을 좋아하는 그들답게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이곳은 불교를 테마로 마을을 조성했단다. 높은 계단 오르기 체험을 뒤로하고 딸과 나는 열대성 나무들이 있는 숲속을 걸었다. 전통차집이 있고 음식점, 그리고 홍콩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두 번째 날은 카오룽 반도에 있는 호텔인데 야시장 근처라고 했다. 낡은 고층 아파트가 보이고 주변은 공구상가들이 가득한 지역이었다. 짐을 풀고 침사추이로 가는 일정이다. 나가는 길에 동네 주민들이 이용한다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간판에는 4대째 내려오는 음식점이라고 오래된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나는 채소가 들어간 국수를, 딸은 닭고기 볶은 밥을 주문했다. 이내 음식이 나왔는데 반찬이 한 가지도 없다. 그 흔한 단무지도 없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주문한 음식 한 가지만 놓고 먹는다. ‘우리는 찬이 풍성하게 나오는데’ 나는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가져간 김치를 꺼내 놓았다. 침사추이 거리는 유럽의 어딘가를 떼어 놓은 듯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예전에 쇼핑하러 홍콩 간다는 말은 들었다. 명품을 싸게 팔아서라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그 명품에 별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 물건도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이다. 값비싼 물건들을 눈으로만 구경하고 우리는 곧장 야시장 몽콕에 도착했다.

어둠이 슬금슬금 잦아드는데 시장 통로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어느 팀은 아코디언연주를, 어느 팀은 반짝이 옷을 입고 우아한 댄스를, 그리고 신나게 드럼을 치는 재즈팀, 저마다의 연주와 노래로 솜씨를 발휘하는데 나이가 지긋한 실버들이 많았다. 잠깐 음악 감상을 하고 시장에서 유명하다는 딤섬 집을 찾아갔다. 번호표를 받고 자리에 앉고 보니 이곳저곳 한국의 젊은이가 많았다. 몇 가지 주문을 해서 맛을 보았는데 역시 느끼하고 향이 강했다. 그리고 나는 그 유명한 야시장을 돌며 구경을 했으나 유감스럽게도 눈에 들어오는 상품은 허술했다. 결국, 바나나를 넣어 만든 과자와 사탕 몇 개를 샀다.   삼일 째 되던 날, 행정 중심지라는 빅토리아 피크 관광인데 해발 396m에 있었다. 빅토리아 산의 미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정상 중간쯤, 중국의 프라이팬 모양으로 지었다고 안내지에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서‘마담투소 홍콩 박물관’을 관람했다. 아시아 유일의 밀랍인형 전시관이다. 마이클 잭슨, 비틀스, 성룡, 오드리 헵번, 엘비스 프레슬리, 그리고‘해를 품은 달’에서 주연을 한 김수현씨 까지, 백여 점이 전시되어있었다. 실감 나는 피부와 표정, 실물 크기, 어찌나 정교한지 그들과 마주 보고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들과 정답게 포즈를 취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딸은 꼭 봐야 하는 밤 풍경이 있다고 나를 앞세워 택시를 잡았다. 완차이에서 침사추이로 가는 작은 뱃길, 승선하기 전부터 야경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했다. 마치 별천지에 온 듯했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옛날 유행가지만 그 노랫말이 떠올랐다. 습도가 높았으나 그 밤은 고단해서 단잠을 잤다.

귀국하는 날, 10시 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우리는 서둘러 짐 정리를 하고 6시에 호텔에서 나왔다. 택시를 잡아탔는데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다. 서툰 중국말로 딸은 열심히 설명했고 알아듣는 듯했는데, 그 기사분은 엉뚱한 곳을 돌고 있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을 했고 딸아이는 길 찾기를 핸드폰에서 보여주며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아침도 먹지 못하고 가까스로 탑승했다. 결국, 빙빙 돌아 요금은 더 나왔고 좌석에 앉았을 때, 비로소 기사분의 의도를 알고 나니 헛웃음이 나왔다.

홍콩의 주민 90프로가 중국인이라는데 본토의 느낌이 많이 났다. 내가 본 그들은, 옷차림도 어둡고 표정도 어두웠다. 높은 건물 밖으로 빨래를 널었는데 혹여 바람에 떨어지면 그 옷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여유 있는 부자들도 있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좀 고달파 보였다. 어찌 되었던 큰애가 주선해준 홍콩여행, 공항이 있는 란타우섬, 대륙이 붙어 있는 구룡반도, 홍콩의 중심지 홍콩섬, 나는 곳곳을 즐기며 구경을 했다. 그리고 돌아가기 전날, 이곳에서 일요 예배를 드릴 수 있어서 또 감사했다. 

여행 중에 가장 기분 좋았던 것은, 야시장 길에서 만난 우리나라 화장품 매장이다. 한국의 화장품이 질이 좋다는 말이 실감났다. 그리고 어려웠던 것은 역시 음식이었다. 딸은 그런대로 이곳 음식을 먹는데 나는 나이든 토종 한국인이라 그런지, 도무지 입맛에 맞는 것이 없었다. 진한 향이며 그 느끼함, 조금 싸서 간 김치와 고추장 덕을 톡톡히 보았다.

오후 세시 넘어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아침도 거르고 고생하다 밟은 우리 땅,며칠 만에 만나는 내 나라 사람들은 환하고 예뻤다. 옷차림도 표정도 밝고 활기차다. 우리는 늦은 점심을 칼칼한 주꾸미볶음밥에 된장찌개를 먹었다. 그간의 메스꺼움이 단번에 사라졌다.

역시, 살기 좋은 “우리나라 좋은 나라네.” 나도 모르게 한마디가 나왔다. 딸은 나를 보고 웃었다.

 

 

                                한국문학인- 2018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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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둑길에 하얀 망초 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다.

바람을 가르며 나는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달이 뜰 때쯤 핀다는 달맞이꽃, 넝쿨로 뻗어서 군락(群落)을 이룬 분홍색 메꽃, 억새는 내 키를 넘어 가을을 예고한다.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했고 해바라기도 입술을 열었다. 봄에 피었던 유채는 씨를 잔뜩 안았고, 엉겅퀴, 민들레, 명아주, 모두 반가운 얼굴들이다.

꽃길을 따라 달린다. 칠월 초 장마라 하더니 잠깐 소강상태다. 해는 구름 속에 숨어 쾌적한 날씨, 천변 풀을 깎는 아저씨들 덕분에 풀 향기가 진하다. 비가 온 뒤라 물이 많아진 개천에는 백로 두 마리가 수초 속을 뒤지고 있다. 페달을 밟으면 밟을수록 시원하다. 아니 가슴 속까지 시원했다. 머플러가 날린다. 나는 모자 끈을 단단히 조였다.

“와, 좋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앞서 가는 친구는 초보가 잘 따라온다고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든다. 금천 대교를 지나 철산교, 광명대교, 그리고 오목교가 보인다. 엄마와 딸이 메밀꽃이 핀 모퉁이를 돌아가고 친구 사이인 듯, 젊은 아낙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야기를 하며 페달을 밟는다. 간간이 쉴 수 있는 의자가 있고 식수도 있다. 친구와 나는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벤치에서 잠깐 숨을 고른다.

사십 대 중반에 나는 자전거 타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헌데 둔해서 그런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만큼 만만치가 않았다. 웬일인지 자전거에만 오르면 두려움이 앞섰다. 차가 오면 마음은 졸아들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피해야지 하면서도, 결국은 그쪽으로 가서 들이받고 다리엔 온통 멍이 들었다. 그리하여 체념한 터였다.

‘안양 천변에 아름다운 꽃길이 생겼다’는 문구가 지역소식지에 실렸다. 나는 저녁을 이르게 먹고 동생이랑 꽃구경을 나갔다. 시흥대교를 건너 둑을 내려가니 천변(川邊)이 말끔하다. 산책하는 길이 있고 그 옆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길게 뻗어 있었다. 키 작은 채송화가 보이고 빨간 봉선화도 있고, 길섶에는 낯익은 꽃들이 다소곳이 피어있다. 한강으로 유입되는 안양천은 잔잔하게 여울지며 흘러간다. 언뜻 유년의 고향 냇가가 떠오른다. 어디선가 맹꽁이가 울었다.

“어머, 맹꽁이 아냐”

“그러네, 시골에서나 들었는데 ”

동생과 나는 놀랐다. 이곳에서 맹꽁이 소리를 듣다니 반가웠다. 한강 둔치까지 이어져 있다는 이 자전거 길을 나는 달려보고 싶었다.

다시 한 번 도전이다. 안장이 낮은 자전거를 장만했다. 연습할 때는 두꺼운 바지를 입고 그 속에 내복하나를 더 껴입으란다. 다치는 것을 염려하는 친구 말이다. 시장 볼 때도 가벼운 볼일도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친구, 그래서 부러웠던 그 친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올라타고 내리는 것과 브레이크 잡는 것, 그리고 평행감각을 익히는 것 등, 몇 가지 설명을 들었다. 핸들을 잡고 불안해하는 나를 보고 한마디 한다.

“자동차 운전은 잘하는 사람이 겁도 많네.”

“이 친구야, 자동차는 네 발이고 자전거는 두 발이잖아”

나는 자전거를 끌기도 하고 타기도 하면서 아파트 마당을 돌았다. 이른 새벽과 늦은 저녁, 차가 다니지 않는 한가한 시간을 골랐다. 어쩌다 사람을 만나면 제자리에 서 있고 차를 만나도 멈추었다. 열흘쯤 지났을 때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조금씩 즐거움이 따랐다. 드디어 오늘 한강 둔치로 목표를 정하고 출발한 드라이브 길이다. 자전거 길을 따라 달리는 길은 꽃들로 이어졌다. 뿐인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은 활기가 넘쳤다.

“바람 돌이 같네.”

친구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긴 행렬은 사라져 간다. 천변을 따라 이어져 있는 갈대숲과 롤러 스케이트장,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느라 작업이 한창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담소하며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했다.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한가한 시간을 즐기는 시민들이 보기 좋았다. 곧 도착한다는 말을 들으며 부지런히 따라간다.

“초봅니다. 길 좀 비켜 주세요.”

앞서 걷던 사람들은 선뜻 비켜준다. 핸들 앞에 울리는 벨이 있건만 아직은 말이 더 빠른 것을 어찌하랴, 이대목동병원이 저만큼 보이고 모퉁이를 돌고 나니 안양에서부터 흐르는 물이 합수(合水)되는 한강이다. 확 트인 시야에 강물은 넘실대고 건너편 하늘공원이 보인다.

작지 않은 이 나이에 해냈다는 성취감이 나를 조금 들뜨게 했다. 기분이 좋았다.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는 것, 그것은 즐겁고 유쾌한 일이었다. 그리고 통쾌했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내가 이렇게 해내고 보니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우울하게나 몸이 처지는 날은 자전거를 타보라 하고 싶다. 그리하여 온갖 꽃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라, 새로운 경험은 또 하나의 기쁨이었다.

맑은 물이 흐르고 달맞이꽃이 피었던 내 고향, 이맘때면 친구들과 거닐었던 둑길, 그 둑길을 나는 여기서 본다. 꽃길 따라 페달을 밟는 내 눈앞으로 20년 전 두고 온 고향이 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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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플로라

수필[Essay] 2017. 4. 22. 18:01

 

   '플로라’ 봄의 여신이란 이름으로 대학가에 카페 문을 연지 삼 개월이 되어간다. 아침청소를 하고 나면 커피를 내리는데 그 은은한 향은 언제나 기분을 좋게 만든다. 금세 만들어 오는 케이크도 있고 생과일주스도 있다. 힘든 입시 공부를 마치고 대학생이 된 풋풋한 얼굴들, 그들은 짝을 찾기에 분주하다. 이십여 명이 함께 만나는 그룹 미팅이 있고, 삼삼오오 몰려와 만나는 소개팅이 있는가 하면, 이르게 짝을 찾은 연인들은 다정하게 손잡고 들어와 이야기꽃을 피우며 마냥 즐겁다.

    스무 살 남짓 되었을까. 상기된 얼굴이 막 피어난 꽃송이다. 인간도 때가 되면 짝을 찾고 둥지를 틀고, 그 보금자리에서 저마다의 역사가 시작되는데, 짝 찾는 일은 인간대사(大事)라. 나는 재미있어서 자꾸만 눈길이 그쪽으로만 간다.

어느 해던가 늦은 여름, 경상도 문경쯤이었을 것이다. 뭉게구름이 걸린 산모롱이에 야트막하게 자리한 카페가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통나무로 난간을 두른 발코니에는 넉넉한 의자가 놓여있고, 카페 문을 밀고 들어가니 단순하게 꾸며진 실내는 고즈넉한 시골 오후를 낭만으로 채워주고 있었다. '해변의 정사'라는 희한한 이름의 칵테일을 마시며 모처럼 여행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그동안 이곳저곳 우리 강산을 돌아보며 마음을 빼앗긴 카페가 어디 그곳뿐이겠는가. 아늑한 분위기에 편안한 실내, 향기 좋은 차 마시며 누구나 편히 쉬었다가는 공간은 내 마음 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와도 좋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찾아와 즐거운 이야기로 담소하며 마냥 앉아 있어도 좋다. 일상이 고단할 때 요한슈트라우스의 '다뉴브 강의 잔물결' 이나 아니면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 들으며 차 한 잔에 고단함을 씻는 그런 자리, 그들을 맞이하는 내 모습을 나는 오랫동안 그려 왔었다.

윤재천 선생님의 수필집 '구름 카페'에는 역마살 낀 나그네가 있고 고갱의 그림도 있지만, 나는 좋은 시구 몇 점 걸어두고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 그림도 좋고 아침이슬 반짝이는 숲 속 그림도 좋았다.

15 년 하던 일을 정리하고 무료하게 보낸 지 삼년, 울적해하는 내 마음을 딸들은 알고 있었는지 무슨 일이든 다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때 나는 카페가 떠올랐다.

큰 아이가 실내 장식을 맡고, 디자인을 전공한 막내가 간판을 고안했다. 실무(實務)는 둘째와 내가 하기로 하고 준비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실내장식이 젊은 세대들의 취향으로 가고 있었다. 심플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깨끗하고 단순했다. 내가 그려 왔던 카페는 사라지고 손님들과 어울려 보겠다던 꿈도 사라졌다.

"대학가에 있는 카페에 젊지도 않은 네가 있으면 오는 애들이 편하겠니? 참 꿈도 야무지다."

핀잔을 준 친구 말대로 안타깝게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방일 돕는 것과 청소뿐이었다. 그래도 카운터에 자리 하나 마련했는데 아이들은 주문이 많다. 노란 머리나 빨간 머리, 기이하게 염색한 머리를 봐도 절대로 쳐다보지 말고, 담배를 피워도 혹은 뽀뽀를 해도 웃지 말란다. 한동안 신경이 쓰여서 거동하기가 편치 않았다. 그러나 한두 달 지나면서 '엄마 같은 내가 좀 있기로서니 어떨라고.' 하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럭저럭 퓨전 재즈도 귀에 익어가고, 무엇보다도 우리 카페를 찾는 이들이 편히 쉬었다 간다.

"케이크 참 맛있어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꽃으로 치면 막 피어나는 봉오리, 계절로 치면 생기 넘치는 봄이라 순수하고 젊은 그들 덕분에 나도 조금 젊어지는 것 같다. 이제는 아늑하고 편한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여유도 부린다. 그동안 과로했는지 몸살이 와서 나는 며칠 쉬고 있다.

싸리 꽃이 핀 동네 산을 오르는데 다람쥐 두 마리가 전나무를 타고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달음질친다.

"너희도 사랑놀이하니?"

나는 한마디 던져주고 웃는다. 그리고 카페 '플로라'에 쌍쌍이 앉아 있을 젊은이들을 떠올리며 또 한 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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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

수필[Essay] 2017. 4. 16. 20:06


                                 

미명(未明)에서 한 줄기 빛으로 깨어나는 자연을 담았다.

하늘을 배경으로 억새꽃이 춤추는 광활한 들녘, 삼나무 숲길과 아름다운 제주의 사계, 그는 신비로운 순간을 렌즈에서 잡았다. 그러나 철저하게 홀로 쓸쓸히 살다간 그의 생은 깊은 겨울처럼 추웠다.

이 글은 제주에 반해 그곳에서 살다간 사진작가 김영갑의 이야기다. 그가 남긴 유고집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에서 ‘단 한 번도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다.’라는 그의 글을 보았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짠해 왔다. 그리고 그 말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사랑한다는 말’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왜 그는 한 번도 하지 못했을까.

‘사랑’이란 단어의 사전풀이는 ‘아끼고 위하며 한없이 베푸는 일’이다. 참 좋은 말이다. 그 좋은 말을 우리는 얼마나 하면서 살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삶에서 사랑을 빼놓고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사랑은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따뜻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사랑을 노래한다.

인간은 탄생의 순간부터 부모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란다. 그 사랑 속에서 성장하여 청춘이란 빛나는 시절에 열정적인 사랑을 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는 가족으로 귀착한다. 사랑이란 말은 어쩌면 우리 삶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지 싶다.

고향 동창이었던 남편은 말 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그가 내게 해준 사랑의 고백은 ‘내 사람이 되어줘’였다.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고 문득문득 사랑한다는 그 말이 듣고 싶었다.

“당신 나 사랑해?”

“이사람아,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 아! 그래 사랑해”

마지못해 한마디 해주던 생각이 난다. 어디 나뿐일까, 지난번 문우들 모임에서 옆자리에 앉은 B 여사에게 느닷없이 물어보았다.

“바깥어른께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 보셨어요?”

“아니, 나는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 보지 못했어요.” 하며 멋쩍게 웃는다.

우리 세대들은 마음은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하지 못했다. 인의(仁義)를 근본으로 하는 유교 사상에,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란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나이 되도록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글로는 써보았으나 말로는 쑥스러워하지 못했다.

첫 손자가 그야말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제야 말문이 트여서 ‘사랑해’ 라는 말을 아낌없이 해 주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자기 마음을 당당하게 표현한다. 어쩌다 TV 방송을 보면 노인들도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진행자가 유도하고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이제는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이웃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그 말을 하므로 우리의 삶은 얼마나 아름답고 따듯한 삶이 되겠는가, 삶의 근원이며 원천이 되는 사랑, 그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새겨 볼 일이다.

사람의 마음은 입발림이라 해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연구 발표가 나온 지 오래다. 마치 억지로 웃어도 좋은 호르몬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라도 사랑하는 가족에게 또는 친구에게‘사랑한다는 말’을 아낌없이 해주며 살아야겠다.

제주도의 바람이 된 사진작가 김영갑, 그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아쉬움으로 남기지 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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