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문학이 탄생한 지 16년이다. 첫발을 떼었던 아기가 열여섯 살, 이제 빛나는 청춘이 되었다. 열여섯 해전, 금천구 관내에 사는 시인, 소설가, 수필가, 글쟁이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이 모임을 주선했던 초대 회장님은 정성으로 글 밭을 가꾸셨다. 그 사랑이 오늘을 있게 했고, 단단하게 커가는 금천 문학을 남기고 안타깝게도 오 년 전 지병으로 타계하셨다. 그분은 무엇보다도 구민과 함께하는 문학지이길 바라셨다. 한 줄 시를 읽으며 삭막한 세상을 잠시라도 잊고 새 마음을 품기 바라셨고, 수필 한 편을 읽으며 가슴에 청량한 바람이 불기를 바라셨다.
오늘의 <금천 문학> 은 일명 ‘한국 문인협회 금천지부’다. 초대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해마다 회원들의 신작으로 발간되며, 올해에는 15집을 낸다. 봄이면 시낭송회, 가을은 문학기행, 매달 세 번째 금요일은 모임을 갖는다. 그리하여 문단의 소식과 신간 소식 등, 정담을 나눈다.
나를 포함해서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문우들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시를 노래하는 사람, 본인의 성찰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글, 수필을 쓰는 사람, 그림과 시를 문인화로 표현하는 화가 시인, 그리고 소설, 저마다의 사명감을 가지고 각 분야에서 문학박사로, 평론가로, 화가 시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독자란 반드시 눈앞에 서서 손뼉을 치는 사람만이 아니다. 몇 권 안 되는 책꽂이에서 종종 나를 뽑아 거듭 읽어주는 사람, 중년의 가장 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존재를 믿기에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다.
금천구민이 된 지 수십 년이다. 아이들은 결혼과 함께 내 곁을 떠났고 이제 이곳은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농사를 지으시던 내 아버지는 늘 책을 읽으셨다. 그 영향으로 나는 책을 가까이 했고, 십여 년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줄 곳 책을 읽었다. 그리하여 어느 해 봄, 수필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충혈된 눈을 비비며 밤새워 쓴 글이 크게 칭찬을 받았을 때, 전신으로 번지는 기쁨을 누가 모른다 하겠는가. 내 글을 감동으로 읽었다는 전화를 어느 독자로부터 받았을 때 그것은 환희와 보람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결혼했지만, 막내딸 유학 갈 때 이야기다. 미국 비자가 지금처럼 쉽지 않았다.
“어머니가 글을 쓰십니다.”
이 한마디에 서류도 보지 않고 통과되었다고 영사관에서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했던 막내딸, 그때가 엊그제 같다.
구민과 함께하는 文學誌, 구민들의 메마른 감성을 다시 깨워주는 문학지를 꿈꾼다. 그리고 외국처럼 글 쓰는 사람들을 대접하는 나라, 그런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금천향기 - 2018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