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 담벼락에 붙은 현수막 글입니다.
4학년 3반 학생들의 작품인데 잔뜩 찡그린 지구 얼굴이 안타깝습니다. 이 그림은 공해의 심각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 폭염으로 힘들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무섭게 쏟아지는 폭우와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 하고 북극곰이 멸종위기에 있는 가하면 아마존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연일 보도되는 매스컴을 통해 지구가 얼마나 오염으로 아파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분명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별 중에 제일 아름다운 별, 이 지구에 우리가 삽니다. 류시화 님의 저서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의 글처럼 우리는 지구별에 잠시 소풍 온 것입니다. 언젠가는 소풍 끝내고 하늘나라로 가는데, 가까운 산을 오르며 봐도 이곳저곳 쓰레기요 , 바다 앞에 서 봐도 , 하물며 동네 길을 걸어도 아무 데나 버려진 쓰레기가 너무 많습니다.
십여 년 전 ,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규슈 지방을 동창들과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 온천은 깊은 숲 속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노천 온천도 좋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쓰레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목조 건물이 들어섰는데 정말이지 놀라울 만큼 휴지조각 하나 눈에 뜨이지 않았습니다.
36년의 일제 치하에서 압박과 공포로 사셨던 내 어머니, 가끔 들려주시던 이야기는 잔혹하고 무척이나 고단한 삶이셨습니다. 분명 그들은 착한 민족이 아님에도 배울 것은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날 쓰레기를 어떻게 버렸는지 나 자신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나도 너도 범인 일 것입니다.
젊은 날, 삶이 버거울 때 산을 자주 찾았습니다. 일이 힘들어 숨이 찰 때 숲 속을 찾아갔지요. 소나무, 잣나무, 노간주나무, 도토리나무, 참나무, 갖가지 나무들이 내어주는 청량한 향기 속에 걱정거리를 내려놓고 시나브로 앉아 있다 보면 숨 고르기가 되었고 지친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 유네스코가 인정한 자연의 콩팥, 개발 상처 치유 되살린다.>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뉴스가 일간 신문에 보도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간척사업으로 사라진 갯벌을 5년마다 관리해서 일정한 면적을 복원하는 갯벌 법이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서천갯벌, 고창갯벌, 보성 순천 갯벌 , 신안 갯벌, 4곳은 유네스코 자연 유산에 2021년 지정된 곳입니다. 우리나라 갯벌 서식 생물이 약 650종에 이르는데 멸종 위기 종이 많고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유네스코서도 인정했다고 합니다. 숲을 '지구의 허파'에 갯벌은 '지구의 콩팥'에 비유하는 데 넓적부리 도요새, 저어새, 알락꼬리 마도요 등, 많은 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가 아파하는 현실 , 갯벌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어 "
성경을 펼치면 첫 번째 기록된 말씀입니다. 8년 전 , 처음 이 구절을 읽었을 때 나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천지를 창조하셨고 맑은 숲과 자연을 지으신 바로 분이 하나님 아버지 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세상 모든 것이 내게는 새롭고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길을 가다가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주워 쓰레기 통에 넣습니다. 가끔 아침 산책을 나서며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주워보는데 그 분량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휴지조각, 음료수병, 담배 곽, 풀숲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과연 버리는 손길은 누구일까.
우리가 살다 가고 자녀들이 살고 손주들이 살아갈 아름다운 별 지구, 초등생 아이들의 말처럼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말고 분리수거 잘해서 아끼고 보호하며 살다 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번 더 하게 됩니다.
한국수필 12월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