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앞에는 우람한 호두나무 한 그루가 있다.

가끔 그 아래 벤치에서 책을 읽는다. 문득 올려다 보면 옹기종기 많이도 열렸다.

유월의 바람이 싱그럽다. 지은 지 삼십 여 년 되어 가는 아파트

고맙게도 과실나무가 많다.

나날이 여물어 가는 호두

요즘 잘 익은 앵두  

  

지난 봄, 향기를 온 집안에 선물로 준 매화, 그 열매 매실

이곳으로 이사올 때 일층을 선택했다. 화단을 안고 해마다 과실나무들은 열매를 내어준다.

살구나무가 맞은 편에 있고, 감나무,  모과 , 가을이면 오른쪽으로

큰 대추가 실하게 열리는데 맛이 유난히 달다.

그리고 호두나무 옆에 서 있는 나무가 너도밤나무인데, 그 열매를 이곳에 와서 처음보게 되었다.

소설 < 빨간머리 앤> 대화속에서   '너도밤나무 숲을 지나' 라는 대목이 있는데 

그 소설속의 밤나무를 여기서 보게 되었다.

열매는 밤톨 비슷하고 예쁜데 맛은 너무 너무 쓰다.

이곳에 살면서 감사하게도 이 소소한 기쁨에 젖어 산다.

'열매 맺는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라' 하신 주님 말씀에 또 한번 감사를 드린다 .



호두나무 아래 벤치에는

휑한 낙엽들이 모여

남은 햇볕에 몸을 씻는다


여유롭다

질양지 따라 뒤척임이 자유롭다

호두나무 아래 벤치에는 --- 석 천의 시가 떠오른다.

'소소한 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팔꽃이 피다.  (0) 2019.07.27
추억의 사진 한 장  (0) 2019.06.22
냉이와 씀바귀  (0) 2019.04.09
지원금과 레이 ( RAY)  (0) 2019.03.17
충청도에서 보내온 봄소식  (0) 2019.03.03
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