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소풍

수필[Essay] 2020. 11. 7. 10:26

 

 

 

 

 

오랜만에 김밥을 싼다.

우선 햅쌀로 밥을 지어놓고 지단을 부치고 당근, 우엉, 단무지, 쇠고기 볶고 취나물을 무쳐 놓는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참기름과 볶은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김은 약간 구워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 밥을 싼다. 내가 만드는 김밥은 부드럽다.

그 이유는 모든 재료를 푹 익혀서다. 나이 탓이겠지만 덜 익힌 것을 먹으면 속이 더 부륵 하다.  

 

지난날, 딸아이들이 소풍 갈 때 일찍 일어나 싸주던 김밥이다.  늘 굵어서 한입에 먹기가 어렵다고 했지만, 일하는 엄마라서 정성 들여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었던 것은 맛있먹었다는 말이었다. 

김밥 한 줄과 과일 한 개, 따뜻한 물을 배낭에 넣고 인근에 있는 구름산으로 나는 오늘 소풍을 간다. 찬송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산 초입에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는데 요즘 나무계단으로 조성이 되어 오르기도 쉽고 걷는 느낌도 좋다.
산 벚꽃나무 잎이 예쁘게 물든 만추, 가을이 가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곱다. 오르다 보면 이내 능선이 보이고 쉴 수 있는 아담한 정자가 눈에 들어 오는데 나는 이곳에서 숨을 고른다.
시간은 정오, 햇볕이 정수리에 꽂힌다. 햇살 바른 곳에 자리를 잡는다ㆍ요즘 내가 쪼일 수 있는 볕이 이토록 고마울 수가 없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공의로운 해가 떠 올라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리니 너희는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  -말라기 4장 2절-

사랑이신 하나님 아버지 말씀이다. 따뜻한 햇볕을 마주하고 나에게 주신 그 말씀을 읊조리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일 년 남짓 면역력 저하로 투병을 했다. 병원을 들락거리며, 하동에 있는 벧엘 수양원에서 아침저녁 말씀 공부를 했다. 그리하여 조건 없이 주시는 아버지 사랑을 가슴 벅차게 만났다. 속초 뉴스타트 건강 강의 시간에서는 몸을 튼튼하게 하는 건강식을 배웠으며 또한 매일 매일 주시는 말씀으로 치료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나는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몸무게가 10 키로 이상 줄고 걸음이 흔들렸을 때, 과연 내가 정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그럴 때 드린 기도는 딱 두 가지 ,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시옵소서, 아니시면 곤히 잠들었을 때 불러 주소서" 나는 간절히 아뢰었다.
그런데 기도를 드리고 나면 '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하신 말씀과 함께 마음 평안을 주셨다.

지난 일 년을 돌아 보면 모두가 감사뿐이다. 아주 가끔 몸상태를 체크 하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살아계신 아버지 은혜로 몸무게도 면역력도 회복이 되어 나는 날마다 소풍을 간다.
시장 갈 때도 소풍이요, 벗들을 만나 차 한잔을 마셔도 나에게는 소풍이다.

김밥 하나 햇볕 한 줌 섞어 점심을 먹는다. 왼쪽으로는 소나무 군락인데 솔향이 상큼하다. 몸이 아파본 사람은 치료해 주시는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을 알리라. 

능선을 따라 내려 가다보면 하산하는 길이다. 

 

다음 주 토요일,  선물로 주신 손녀 사랑이랑 딸애들이 우리집에 온단다. 나를 케어하느라 애쓴 딸들이다. 시간도 넉넉하니 아욱국 끓이고 김밥을 정성껏 만들어 점심상을 차려 줘야지 맘먹는다. 초등학교 때 먹었던 김밥, 그 밥을 먹으며 어떤 말들을 할지 기대가 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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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