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가 쏟아지더니 안양천 냇물이 넘실거린다.

돌다리 사이로 치어들이 보인다. 내가 자란 곳은 농촌이라 여름에 노는 무대가 냇가였다. 늘 맑은 물이 흘렀고 그 개울가에서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했으며 미역도 감았다. 어머니는 빨래 하셨고 나는 친구들과 수초 속에 있는 어린 물고기를 잡았다. 아버지가 쓰시는 그물을 돌 사이에 대고 있어도 잡혔다. 피라미, 쏘가리, 미꾸라지, 그것들은 쉽게도 잡혔다.

  여름방학인데도 학원 다니랴 엄마랑 실랑이하며 지내는 손자를 보며 같이할 수 있는 놀이는 없을까 생각하다가, 어린 시절 해 보았던 물고기잡이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분명 특별한 놀이에 재미있어 할 것 같았다. 그 옛날 아버지가 어항을 수초 속에 묻어놓으면 이튼날 아침에는 물고기들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우리 냇가에 사는 물고기를 좀 잡아 볼까? 어떻게 생겼나 자세히 보고.”

“좋아요”아이는 신기한지 선 듯 답을 했다.

  우선 젓갈을 담았던 둥근 플라스틱 그릇을 찾아 아이와 작업을 했다. 용기가 떠내려가지 않게 그릇 속에 큰 돌 하나를 집어넣고, 그다음 된장 한 수저를 가운데 넣어 랩으로 얌전히 봉했다. 그리고 다시 동전 크기만큼 구멍을 뚫어 아이 손을 잡고 냇가로 나갔다.

  우리 둘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 냇물로 들어갔다. 피라미들이 지나다닐 것 같은 수초 아래 플라스틱 그릇을 가만히 집어넣었다. 그리고 돌 갈피에 떠내려가지 않게 지지대를 세워 단단히 마무리했다.

“다 안아, 고기가 잡힐 것 같니, 네 생각은 어때?”

“어쩌면 우리가 만든 그릇에 들어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하룻밤을 기다리기로 했다.

  동이 트고 새벽 6시 즈음, 잠에서 덜 깬 손자를 깨워 냇가로 나갔다. 이른 시간에 가는 것은 요즘 천변에 고니가 많이 살고 있어서 꺼내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꺼내보니 딱 두 마리가 수영놀이를 하고 있었다. 잡혔다고 좋아하는 아이 얼굴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 할머니, 다시 놓아 주어요 ”

“ 그래, 그러자. ”

“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살아라.”

  손자와 나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도 보고, 까만 눈도 살펴보고, 인사까지 하고 나서 흐르는 물에 피라미를 놓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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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