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기차는 북쪽을 향해 달린다.
30분 달리다보면 플랫폼에 ‘예르벤페’라는 표지가 나타난다. 이곳은 핀란드전체가 국부(國父)처럼 떠받들었던,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가 반평생을 살았던 집 ‘아이누라’이다. 이 세상 모든 작곡가들을 통틀어서, 시벨리우스만큼 국가적인 영웅 대접을 받았던 음악가도 없었다. 당시 핀란드는 국호는 가지고 있었으나 러시아 제국의 속국이었다. 조국의 불행한 상황에서 민족의식을 고취(鼓吹)하는 음악을 작곡하게 되고, 핀란드가 독립했을 때, 가장 먼저 추앙받던 예술가가 시벨리우스였다. 정부는 숲으로 둘러싸여 아름다운 이곳 예르벤페에 그의 거처를 아담하게 지어주고, 종신 연금을 받는 특혜를 주었으며, 평생 걱정 없이 작곡에만 전념하도록 해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집 반경 몇 킬로미터에 걸쳐서, 자동차의 경적을 금하고 서행하도록 표지판을 세운 것이었다.’
요즘 읽은 음악서적 박종호의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나라의 아버지란 수식어
가 붙은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 (1865- 1957), 그가 남긴 업적이 대단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허나 음악가를 그토록 우대하고 배려해준 핀란드라는 나라가 나는 궁금해졌다. 그리고 2003년부터 국가 경쟁력 세계 1위, 국가 투명성 세계 1위, 범죄율은 세계최저 이며, 국민들 스스로가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을,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즐거워 한다는 기사를 일간지에서 읽고, 핀란드에 대한 나의 관심도는 더해졌다. 그리하여 나는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핀란드는 1917년 12월에 독립공화국으로 선포되었다. 유럽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나라이며, 국토의 70퍼센트 이상이 숲으로 덮여있다. 인구는 약525만 명, 주요 생산 작물은 보리와 귀리이고, 유난히 호수가 많아 핀란드를 ‘수십만 개의 호수의 땅’이라 했다. 3월이면 봄이 오는 것은 우리나라 절기와 같으나, 5월에 눈이 녹고 6월이면 다양한 꽃들이 피어난다. 또한 핀란드 북부 ‘로바니미’에서는 5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낮이 계속 되어, 그곳은 한 밤중의 태양이 뜨는 백야(白夜)의 땅이다. 하지만 중부와 남부는 짧게나마 해가 지평선 아래로 넘어가는데, 그 순간은 하늘이 제일 아름다운 색을 보여준다고 했다. 9월이면 잎들은 갈색으로 물들고 10월이면 첫눈이 내린다. 쌓인 눈은 그 다음해 3월까지 이어지는데, 겨울은 여섯 달, 참 긴 편이다. 그래서 그들은 봄을 맞이하는 기쁨이 남다르다.
국민성을 살펴보니 놀라울 정도로 양심적이며 근면하다.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데, 이곳의 자연환경이 워낙 고요한데서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서머코티지(summer cottage)는 핀란드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름용 별장이다. 전세를 살아도 조그만 별장은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가족과 함께 주말을 호수와 숲이 있는 자연에서 호흡하기를 즐긴다. 앞서간 사람이 쓰레기를 흘렸으면 다음사람이 그것을 꼭 줍는다고 하니, 환경을 아끼는 마음도 각별한 것이다.
핀란드는 무엇보다도 교육의 강국이다. 조세(租稅)를 재원으로 초중고는 물론 대학원까지 무료이며, 교재와 식비, 통학 비까지 제공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적성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가차원에서 하고,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즐겁게 공부하는 인재로 키워내는 것이다. 교육정책이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는 맞춤형교육이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말은 헛말이 아니었다.
두 달 동안 핀란드를 들여다보며 느낀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특별하게 내 시선을 끄는 대목이 있었는데, 그것은 나라 안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는 대책마련을 위해 각계전문가들을 모아서 답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 모임이름이 ‘워킹그룹’이다. 몇날 며칠이 걸려도 충분히 토론을 한 후에,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론을 얻는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결정이 된 사항에는 정치권의 입김도 이해집단의 압력도 상관없이, 번복(翻覆)되지 않고 시행된다고 한다. 정치에 문외한인 나도 가끔 난투극으로 가는 국회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도
입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높은 세금은 정부활동 공개법이 있어, 정부가 하는 일이 궁금하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유럽은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humanism)' 사회라고 하더니 핀란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인복지는 물론, 노약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편리하게 잘 되어 있었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다. 뿐만이 아니라 1999년부터 노인에게는 그간의 경력(經歷)을 활용해 재교육과 취업알선을 하여, 다시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것은 노인과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는 국민 누구에게나 같은 혜택을 주는 평등주의 정책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왜 그토록 행복해하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예술가를 우대해준 나라, 교육을 책임지며 인재를 키워내는 나라, 공편(公便)한 삶과 정부에 대한 신뢰, 본인이 선택한 분야에서 그들은 열심히 일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복지제도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육아보조금, 치매노인 요양비, 독거노인 생활 보조금, 노인 일자리 창출, 그 외에 소외층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 핀란드처럼 살기 좋은 세상이 오리라 기대해본다. 가진 것이 별로 없으니 세금 낼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내는 세금을 아까워하지 말
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숲과 대지, 호수와 바다, 그리고 산타크로스의 고향 핀란드는,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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