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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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