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인은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 하고
어떤 화가는 평면을 보면 모두 일으켜세워
그 속을 걸어다니고 싶다고 한다
나는 쓸데없이 널려있는 낡은 널빤지를 보면
모두 일으켜세워 이리저리 얽어서 집을 짓고 싶어진다
서까래를 얹고 지붕도 씌우고 문도 짜 달고
그렇게 집을 지어 무었에 쓸 것인진 나도 모른다
다만 이 세상이 온통 비어서 너무 쓸쓸하여
어느 한구석에라도 집 한 채 지어놓고
외로운 사람들 마음 텅 빈 사람들
그 집에 와서 다리 펴고 쉬어가면 좋겠다
때문에 날마다
의미 없이 버려진 언어들을 주워 일으켜
이리저리 아귀를 맞추어 집 짓는 일에 골몰한다
나 같은 사람 마음 텅 비어 쓸쓸한 사람을 위하며
이 세상에 작은 집 한 채 지어놓고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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